노원구에 사는 '고양이 A'의 초대장 [Weekend 문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참여형 사운드 展
소리채집작가 심이다은 '보편타당한 당신'
중랑천 이어 마들상상놀이터·서울과기대
고양이의 시각과 청각으로 도시 풍경 공유
대형 오디오 스트리밍 장치로 생경한 경험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천의 물소리와 기계음까지 도시는 끊임없이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익숙한 환경음은 대부분 의미 없는 배경으로 밀려나고, 인간이 감지하기 어려운 주파수와 작은 존재들의 흔적은 더욱 쉽게 지워진다.
인간의 귀를 벗어나 다른 존재의 감각으로 도시를 듣는 참여형 사운드 전시가 서울 노원구에서 펼쳐진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내년 4월 11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라운지2와 3에서 2026 유휴공간 프로젝트 '보편타당한 당신-심이다은'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소리 채집 작가 심이다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사운드 설치와 실시간 영상, 참여형 작품 등 총 3점으로 구성됐다. 1995년생인 심이다은은 야생동물과 멸종위기종의 발자취를 따라 현장을 걷고 소리를 채집하며, 인간 중심의 청각 경계 너머를 탐구해온 작가다. 전시는 야외 필드트립과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진행해온 '보편타당한' 시리즈를 처음으로 미술관 공간에 맞게 재구성했다. 미술관 주변 여러 장소에 실시간 오디오 스트리밍 장치를 설치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구조물을 움직여 외부 환경음에 개입하도록 설계했다.
전시 제목인 '보편타당한 당신'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개념이 나란히 놓여 있다. '보편타당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성립하는 일반적 조건을 뜻하지만, '당신'은 고유한 몸과 감각을 지닌 단 하나의 존재를 가리킨다. 작가는 이 역설적인 조합을 통해 인간이 보편적이라고 여겨온 감각의 기준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상상의 존재인 '고양이 A씨'가 있다. 고양이 A씨는 북서울미술관 주변을 배회하며 마들상상놀이터와 중랑천, 서울과학기술대 등 노원구 일대의 소리를 감각하는 존재로 설정됐다. 작가는 고양이의 시선과 청각을 빌려 인간이 무심코 지나치는 환경음과 도심 속 작은 존재들의 흔적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라운지3에 설치된 대표작 '보편타당한 당신'은 관람객이 직접 핸들을 돌려 소리를 만들어내는 대형 사운드 설치 작품이다. 미술관 주변에서 수집된 환경음이 전시장 안으로 송출되고, 관람객들이 원형 목조 구조물의 핸들을 돌리면 나무 톱니바퀴의 삐걱임과 천의 마찰음이 더해진다. 외부에서 들어온 환경음과 구조물에서 발생한 소리는 합성되며 새로운 청각적 풍경을 만든다. 관람객들은 완성된 소리를 감상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신의 움직임으로 작품의 소리를 변화시키는 참여자가 된다. 작품은 고양이가 감지할 수 있는 초음파 대역을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로 변환해 들려준다. 인간의 가청 범위 밖에 존재하던 소리를 감각 가능한 형태로 바꿈으로써, 인간 중심의 청각 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듣기의 방식을 제안한다.
라운지2 천장에 설치된 원형 스크린 작품 'Field Tracker'에서는 관람객과 고양이 A씨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겹쳐진다. 화면에는 라운지3에서 핸들을 돌리는 관람객들의 부감 영상과 고양이 A씨가 북서울미술관 주변 약 3.5㎞를 이동했을 것으로 상정한 가상의 경로가 함께 나타난다.
고양이의 이동 경로는 전시장에 유입되는 실시간 사운드 데이터에 반응해 점선 형태로 끊임없이 생성된다. 관람객들이 핸들을 돌리는 움직임에 따라 경로도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관람객들은 화면 속 자신의 동선과 고양이의 궤적이 포개지는 순간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같은 도시 공간을 공유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된 '보편타당한 숲'은 72개의 서랍이 층층이 쌓인 16각 목조 구조물이 특징이다. 서랍 안에는 낙엽과 열매, 이끼, 돌멩이 등 고양이 A씨의 하루를 짐작하게 하는 자연물이 담겨 있다. 내용물은 전시 기간 계절 변화에 맞춰 새롭게 채워진다. 구조물 안쪽에서는 작가가 노원구 일대에서 직접 채집한 소리가 낮게 흘러나온다. 별도의 테이블에는 완성되지 않은 짧은 소설이 담긴 서랍이 놓여 있으며, 관람객들이 이야기의 빈칸에 해당하는 번호의 서랍을 찾아 제자리에 끼워 넣으면 미완성의 이야기가 조금씩 완성된다. 관람객들은 서랍을 열고 자연물을 만지며 고양이 A씨가 지나갔을 흙과 물가, 숲과 거리의 흔적을 상상하게 된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