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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 성인발병 발작 위험 절반 낮췄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대병원 등 공동연구팀 분석 결과
체중감량 넘어 신경계 보호 효과 기대

비만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 성인발병 발작 위험 절반 낮췄다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GLP-1 계열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가 성인발병 발작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효과를 넘어 신경계 보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서울대병원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신경과 장윤혁 교수(사진)와 이순태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내과 은용 교수, 하버드대학교 T.H. Chan 보건대학원 봉수환 박사과정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성인발병 발작 위험이 다른 혈당강하제보다 크게 낮게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 공식 학술지 '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성인발병 발작은 18세 이후 처음 발생하는 발작을 의미한다. 특히 중장년층과 고령층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발작은 뇌졸중, 신경퇴행성 질환, 외상성 뇌손상 등 후천성 뇌질환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 뇌 건강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발작이 한 번 발생하면 의식 소실과 낙상 위험이 높아지고 운전이나 사회활동에도 큰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현재는 발작 발생 이후 항발작제를 투여해 재발을 억제하는 치료가 대부분으로, 발작 자체를 예방하는 치료법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미국 NIH의 'All of Us 프로그램' 전자의무기록(EMR)을 활용해 약 39만 명 가운데 제2형 당뇨병 환자 6만9228명을 선별했다. 이후 세마글루타이드와 기타 혈당강하제, SGLT2 억제제를 새롭게 처방받은 성인 환자 1만8243명을 대상으로 약제별 발작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새롭게 투여받은 환자는 기존 혈당강하제를 사용한 환자보다 성인발병 발작 위험이 약 56% 낮았다. 위험비(HR)는 0.44였으며, 실제 4년 누적 발작 발생 위험은 1.78%p 감소했다.

SGLT2 억제제와 비교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발작 위험이 약 52% 낮았으며 위험비는 0.48, 4년 누적 위험 차이는 1.46%p로 분석됐다.

특히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단순히 혈당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감소한 영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개효과 분석 결과, 당화혈색소(HbA1c) 감소가 발작 예방 효과에 기여한 비중은 2.4~6.5%에 불과했고, BMI 감소 효과는 0~0.7% 수준으로 매우 미미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체내에 오랜 시간 유지되고 일부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약리학적 특성이 이러한 결과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대사질환 치료제를 넘어 신경계 보호 효과까지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장윤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인발병 발작을 중장년기의 뇌 건강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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