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유가 100달러·AI '돈 먹는 하마' 공포…나스닥 2.15% 급락
호르무즈·홍해 동시 위기, 브렌트유 두 달 만에 100달러 돌파
테슬라 14.5%·알파벳 6.8%↓…美국채 10년물도 4.7% 넘어
[파이낸셜뉴스] 중동 확전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부담까지 부각되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를 함께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공포 속에 테슬라와 알파벳까지 현금 소진 우려로 급락하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 넘게 밀렸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6.93포인트(0.97%) 내린 5만1711.6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0.66포인트(1.21%) 하락한 7408.3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53.21포인트(2.15%) 급락한 2만5137.69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시장을 가장 크게 흔든 것은 국제유가였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7.04% 오른 배럴당 100.69달러(약 14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22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6.17% 상승한 배럴당 92.19달러(약 13만6000원)에 마감하며 지난 6월 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원유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불안해지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급속히 번졌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해 홍해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 사우디 유조선 2척이 공격받았고, 후티는 자신들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응해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송유관으로 서부 홍해 연안까지 옮긴 뒤 수출하는 우회로를 가동하고 있다. 후티의 공격이 이어지면 호르무즈해협을 피해 마련한 대체 수송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더 커질 가능성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12일 연속 공습을 이어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로 이어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4bp(1bp=0.01%p) 오른 연 4.70%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7%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고용시장마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업수당 청구 감소는 기업의 해고가 많지 않고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다. 다만 노동시장의 강한 수요가 임금과 서비스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어 금융시장에는 오히려 긴축 우려를 키우는 재료로 작용했다.
국제유가와 금리가 시장의 바깥쪽에서 주가를 짓눌렀다면,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은 AI 투자 열풍에 대한 내부의 의구심을 키웠다.
테슬라는 2년 만에 처음으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14.5% 급락했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보다 설비와 사업 확장 등에 투입한 자금이 많아지면서 현금을 소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도 2·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주가는 6.8% 떨어졌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설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결과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AI 투자가 향후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지만 당장 막대한 자본만 소진하고 수익 창출 시점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진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는 만큼 높은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오른 기술주가 더 큰 충격을 받는다.
모건스탠리의 대니얼 스켈리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나타난 유가 급등과 매그니피센트7(M7)의 설비투자 확대 우려가 시장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AI 기업들이 지속적인 상승 동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