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족정책, 출생률 중심서 생애주기로… 인구·가족 통합체계 제안
제주 1인 가구 비중 26.5%서 34%로 상승
노년 1인 가구 83.4% 늘어 2만5169가구
청년 인구 감소·고령인구 급증 동시 진행
노부모 부양 지원 수요 전국보다 10.8%p 높아
인구가족 종합계획·전담 행정조직 신설 제안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출생아 수를 늘리는 데 무게를 둔 제주 인구정책을 1인 가구와 고령가구, 다문화가족, 가족돌봄자 등 변화한 가족구조까지 포괄하는 생애주기 정책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제주지역 가족 관련 업무가 인구·여성·아동·청소년·청년 분야로 흩어진 만큼 상위 종합계획과 전담 행정체계를 갖춰 정책 간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24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발간한 '제주지역 가족실태 진단과 정책 대응방안'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청년과 아동 인구가 줄고 고령인구와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기존의 혼인·출산 중심 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가족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강권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이 책임연구를 맡고 고보선 제주국제대학교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국가 가족실태조사 2020년·2023년 원자료와 제주지역 인구·가구 통계를 분석하고 중앙정부와 다른 시·도의 가족정책을 비교했다.
제주지역 총인구는 2016년 64만1597명에서 2025년 66만4792명으로 3.6% 늘었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동·청소년 인구는 13만9999명에서 11만4478명으로 줄었다. 청년 인구는 2018년 16만9441명을 정점으로 감소해 2025년 14만2688명을 기록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2016년 8만9189명에서 2025년 13만3551명으로 49.7% 증가했다. 장래인구추계에서는 제주 노년인구 비중이 2050년 40.1%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출생과 혼인 감소만이 아니라 부양과 돌봄, 노후 준비까지 함께 다뤄야 하는 인구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가구 구성의 변화도 뚜렷했다. 제주지역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6.5%에서 2024년 34.0%로 7.5%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부와 미혼자녀 등으로 구성된 2세대 가구 비중은 48.2%에서 40.0%로 8.2%p 낮아졌다.
노년 1인 가구는 2015년 1만3720가구에서 2024년 2만5169가구로 83.4% 늘었다. 여성 노년 1인 가구는 1만6677가구로 남성 8492가구의 약 2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고령 여성에게 생계와 건강, 돌봄 취약성이 집중될 가능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다문화가족 정책도 초기 정착 지원 중심에서 자녀의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 다문화 학생은 2016년 1190명에서 2025년 3429명으로 188.2%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12.5%로 전국 평균 8.2%보다 높았다.
다문화가구원 가운데 국내 출생 자녀 비중이 커지고 있어 결혼이민자의 한국 생활 적응에 집중된 지원을 학령기와 청소년기, 청년기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중도입국 자녀가 성인이 된 뒤 지원이 끊기는 문제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가족의 돌봄 부담은 고령화와 맞물려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족지원서비스 가운데 노부모 부양가족 지원 수요는 26.6%로 전국 평균 15.8%보다 10.8%p 높았다. 자녀 양육뿐 아니라 부모 부양과 가족돌봄자 지원을 가족정책의 주요 축으로 다뤄야 한다는 분석이다.
가사와 자녀돌봄은 여전히 여성에게 편중됐다. 준비물 챙기기와 일상생활 돌봄, 학습관리 등 반복적인 자녀돌봄은 여성의 부담이 컸고 아버지의 참여는 함께 놀기나 훈육처럼 간헐적인 활동에 집중됐다.
제주지역 가족의 평일 여가시간도 전국보다 짧았다. 2020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가족 여가시간이 30분 미만이라는 응답 비율이 남성은 36.1%p, 여성은 29.9%p 늘었다. 연구진은 높은 맞벌이 비율과 자영업·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가족지원서비스가 있어도 도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확인됐다. 양육비 이행 지원서비스 인지도는 제주가 30.3%로 전국 42.2%보다 낮았고 한부모가족 지원서비스도 제주 52.7%, 전국 68.9%로 차이가 컸다. 서비스 확대와 함께 주민이 필요한 지원을 한곳에서 안내받는 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제주도의 현행 '인구정책 종합계획'을 '인구가족정책 종합계획'으로 확대해 인구와 가족정책을 생애주기별로 연결하는 상위 계획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여러 부서에 나뉜 인구와 여성, 가족, 아동·청소년, 청년 업무를 통합하는 가칭 '인구성평등가족국' 신설 방안도 제시했다. 개별 사업을 한 부서로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 기획과 예산, 성과지표를 함께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책 대상에는 청년·중장년·노년 1인 가구를 독립적으로 포함하고 생애주기별 1인 가구 기본계획과 전담 조직을 마련하는 방안이 담겼다. 가족돌봄자 지원과 남성 부모교육 확대, 수눌음돌봄공동체 등 제주형 공동체 돌봄 강화, 학령기 돌봄 공백 해소도 주요 과제로 제안됐다.
여성의 경제활동과 가족정책을 연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재직 중 돌봄 공백을 줄이고 고용 안정성을 높여 여성의 퇴직연금 등 직업 기반 노후 준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족센터와 읍·면·동 주민센터, 중앙기관에 흩어진 지원서비스를 한곳에서 안내·연계하는 원스톱 체계와 취약가족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 확대도 제시됐다.
강권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생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와 다문화가족 확대에 대응하려면 특정 가족 유형 중심의 지원에서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인구정책과 가족정책을 통합적으로 연계·조정할 제주형 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