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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를 제2의 수도로?" 2표 차로 통과한 日 부수도법[재팬인사이드]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민·유신 연립 합의 9개월 만에 법제화
기업 이전 세제혜택…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삿포로 경쟁
지정 기준·비용은 미정…야당 "유신 위한 오사카 특혜법"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에서 대규모 재난으로 도쿄의 행정·경제 기능이 마비될 경우 이를 대신할 '부수도(副首都)'를 지정할 수 있는 법안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도쿄에 집중된 기업과 국가기관을 지방으로 분산해 재난 대응력을 높이고 다극형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부수도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맡고 국가 예산이 얼마나 투입될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처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가 부수도 구상을 두 차례 주민투표에서 부결된 '오사카도(都) 구상' 재추진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어 야당은 사실상 오사카를 염두에 둔 법이라고 비판한다.

■도쿄 마비 땐 '제2수도'..부수도 관련법 통과
일본 참의원 본회의는 지난 24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공동 제출한 부수도 관련법을 찬성 123표, 반대 121표로 가결했다. 불과 2표 차로 법안이 최종 성립한 것이다.

부수도는 수도를 도쿄에서 완전히 이전하는 구상과는 다르다. 평상시에는 도쿄와 함께 경제·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도쿄권의 행정과 경제 기능 일부를 대신하는 '백업 거점'을 미리 지정해 육성하는 개념이다.

한국의 세종시처럼 행정 기능을 일부 분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일본의 부수도는 수도 이전보다 재난 발생 시 국가 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대체 거점 마련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번 법안은 부수도 정비의 목적으로 크게 두 가지를 내걸었다. 대규모 재난에 대비해 수도 기능을 대신할 지역을 조성하고 도쿄 일극 집중을 완화해 다극 분산형 경제권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수도에서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활동 거점 조성 △교통망과 도시 기반시설 정비 △국가기관과 특수법인의 거점 정비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

도쿄에서 본사 기능을 이전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부수도로 지정된 지역은 기업 유치와 민간투자를 위한 규제 완화와 세제·재정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부수도정비추진본부'를 설치해 관련 정책을 조정하고 담당 각료도 임명한다.

부수도 지정은 도도부현이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신청하면 총리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가 행정기관의 입지 상황과 인구·경제활동의 집적도, 필요한 지방행정체제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일본 참의원 본회의. 출처=연합뉴스
일본 참의원 본회의. 출처=연합뉴스

■1990년대부터 반복된 수도 기능 분산론
일본에서 도쿄 집중을 완화하고 수도 기능을 지방으로 옮기자는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은 1992년 '국회 등의 이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수도 기능 이전 후보지 세 곳을 선정했지만 최종 후보를 좁히지 못해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도쿄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가 기능을 대신할 거점이 필요하다는 '수도 기능 백업론'이 다시 부상했다.

그러나 실제 중앙부처의 지방 이전은 2023년 문화청이 교토로 옮긴 사례가 사실상 전부다. 행정 기능이 여러 지역으로 나뉘면 평상시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고 이전 장소와 비용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도 어렵기 때문이다.

부수도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탄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가 연정을 이루면서다.

자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일본유신회의 협력이 필요해졌다. 오사카를 기반으로 하는 유신은 자민당과의 협력 조건으로 부수도법 제정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2025년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당시 자민당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는 연립정권 수립을 위한 정책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양당은 연립 합의문에 2026년 국회에서 부수도 관련법을 성립시키겠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유신회가 중의원 정수 감축 법안의 이번 국회 처리를 포기한 상황에서 부수도법은 연립 참여의 성과를 보여줄 핵심 법안이 됐다. 총리 관저에서도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자민·유신 연립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정권은 법안 성립을 위해 당초 17일까지였던 국회 회기를 25일까지 8일 연장했다. 표결 협상이 지난 24일 밤까지 이어지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던 중의원 예산위원회 집중심의도 27일로 미뤄졌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발생한 정유공장 화재. 출처=연합뉴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발생한 정유공장 화재. 출처=연합뉴스

■"결국 오사카 특혜법?" 논란
야당이 부수도법을 '오사카를 위한 법'이라고 비판하는 배경에는 일본유신회의 지역적 기반과 오사카도 구상이 있다.

유신회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중심으로 성장한 정당이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는 2015년 공동으로 부수도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오사카를 도쿄에 이은 국가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유신회가 추진해온 오사카도 구상은 현재의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도쿄 23구처럼 여러 특별구로 재편하는 행정개편안이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로 나뉜 행정체제를 정비해 이중행정을 줄이고 오사카부가 광역 성장정책을 주도한다는 것이 유신의 주장이다.

하지만 오사카도 구상은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주민투표에서 모두 부결됐다.

유신회는 내년 봄 통일지방선거와 함께 세 번째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요시무라 대표는 특별구를 둔 행정체제가 부수도에 적합하다며 부수도 지정과 오사카도 구상을 연결해왔다.

부수도법의 지정 요건에는 인구와 경제 규모뿐 아니라 '필요한 지방행정체제'가 포함됐다. 도도부현과 정령지정도시 사이의 이중행정을 방지하는 체제를 상정한 것으로 지방정부 간 연계협약이나 특별구 설치 등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유신회는 특별구를 설치하는 오사카도 구상이 부수도 지정에 유리한 행정체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과 오사카 지역의 다른 정당들은 부수도와 오사카도 구상은 별개인데도 유신이 두 정책을 의도적으로 결합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법은 정부가 부수도 정비 기본방침을 만들기 전에도 지역을 먼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지정 기준과 기능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오사카를 먼저 지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의 7월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국회에서 부수도법을 성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필요 없다는 응답은 60%였다. 유신의 기반인 오사카에서도 필요하다는 응답은 40%가량, 필요 없다는 응답은 50%로 반대가 더 많았다.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출처=연합뉴스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출처=연합뉴스

■세제혜택 기대에 나고야 등 4개 지역 유치전
부수도 지정에 관심을 보이는 지역은 오사카뿐만이 아니다. 나고야와 후쿠오카, 삿포로도 기업 유치와 국가 지원을 기대하며 준비에 나섰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는 지난 6월 중앙정부를 상대로 부수도 지정을 요구할 전담 조직을 설치했다. 도쿄 다음으로 큰 경제 규모와 행정기관 집적을 강점으로 내세워 규제 완화와 거점 정비 방안을 9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나고야시는 지난 4월 부수도 전략을 논의하는 내부 회의를 출범시켰다. 히로사와 이치로 나고야시장은 지리적 이점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 집적을 내세워 "나고야만큼 적합한 장소는 없다"며 유치 의지를 밝혔다.

후쿠오카는 후쿠오카현과 후쿠오카시, 기타큐슈시가 공동 대응한다. 핫토리 세이타로 후쿠오카현 지사는 법안 성립 후 세 지역이 '세 개의 화살'이 돼 부수도 지정을 위한 노력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오카시는 오사카처럼 특별구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후쿠오카현과 연계협약을 맺어 역할을 나누는 방안을 검토한다.

홋카이도와 삿포로시도 부수도 지정에 관심을 나타내고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는 오사카부와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후쿠오카와 삿포로는 도쿄와 같은 재난으로 동시에 피해를 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도 기능 백업과 기업의 사업연속성계획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다만 현행 법의 지정 요건에는 도쿄와 동시 피해 가능성이나 재난 위험의 분산 효과가 명확히 포함되지 않았다.

■"내용은 나중에" 비용과 지정 기준 불투명
부수도법은 기본 이념과 정부·지방자치단체·민간의 책무를 규정하는 기본법 성격이 강하다. 구체적인 지정 기준과 지정 시기,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의 범위는 향후 정부의 기본방침과 시행령에서 결정된다.

부수도가 실제로 어떤 국가 기능을 맡을지, 국회나 정부기관의 제2청사를 설치할지, 공공기관을 어느 정도 이전할지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부수도 조성에 필요한 전체 비용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야당은 "생익지 않은 법안", "구멍투성이 법안", "특정 도시에 경제적 이익을 주려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참의원 특별위원회 참고인 질의에서도 전문가들이 제도 설계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부수도법이 성립하면서 앞으로 경쟁의 무대는 국회에서 지방으로 옮겨가게 됐다. 오사카와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등은 기업 유치와 국가기관 이전,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기대하며 지정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부수도가 도쿄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대신할 국가적 재난 대응책이 될지, 아니면 자민당과 유신의 연립 유지와 오사카도 구상 재추진을 위한 정치적 산물에 머물지는 향후 정부가 마련할 지정 기준과 구체적인 지원책에 달려 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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