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농지거래 10년 만에 최저…규제가 부른 '거래 절벽'
투기 잡으려다 실수요까지 위축
은퇴·고령농 '랜드푸어' 신세
인구감소지역 규제 완화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투기를 막겠다는 규제가 실수요까지 옥죄면서 강원 농지 거래가 5년 만에 반토막 났다. 땅을 팔려는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6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간(2016~2025년) 농지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내 농지 거래량은 2만4572필지에 그쳤다. 2016년 3만9600필지보다 38%,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2021년 5만850필지보다 51.7% 줄어든 규모다. 경남(54.9%)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강원지역 감소세는 농지법 개정 시점과 맞물린다. 도내 농지 거래량은 2016년 3만9600필지에서 2021년 5만850필지까지 늘었지만 이후 2022년 3만7242필지, 2023년 3만546필지, 2024년 2만9831필지로 4년 연속 뒷걸음질 쳤다.
거래가 얼어붙은 배경에는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이 자리한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사들여 보상을 노린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와 국회는 이듬해 농지법을 대폭 손봤다. 농지를 사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더 깐깐하게 써야 하고 주말·체험영농 목적이라도 심사가 까다로워졌으며 시군에 농지위원회 심의 절차가 새로 생겼다. 거짓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으면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문제는 이 규제가 투기지역과 농촌·인구감소지역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투기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과 달리 강원도와 같은 농촌은 애초에 투기보다 실경작·귀농 목적 거래가 대부분인데도 같은 잣대가 적용되면서 매수 유인이 크게 꺾였다. 까다로운 요건을 감수하면서까지 농지를 살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여파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간다. 땅을 팔아 노후 자금을 마련하거나 생계를 잇으려는 은퇴·고령농이 매수자를 찾지 못해 '랜드푸어'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촌 고령화와 지방소멸로 농지를 살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마당에 규제까지 겹치면서 거래가 사실상 멈춰선 것이다. 거래 위축은 농지값 하락으로 이어져 담보 여력마저 낮추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횡성에서 40여년 농사를 지어온 김인수씨는 "나이가 들어 땅을 정리하려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질 않는다"며 "농사지을 사람에게 넘기는 것까지 절차가 이렇게 까다로우니 누가 선뜻 농촌 땅을 사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투기 걱정이 없는 농촌만이라도 거래 문턱을 낮춰줘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흐름도 다르지 않다. 전국 농지 거래량은 2021년 66만2381필지에서 지난해 31만4144필지로 52.6% 줄었다. 지목별로는 같은 기간 밭이 31만7562필지에서 14만2182필지로 55.2%, 논이 34만4819필지에서 17만1962필지로 50.1% 감소했다.
이 때문에 투기 우려가 적은 인구감소지역만이라도 농지 매매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소유를 넓히는 등 농촌 현실에 맞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기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