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유배객의 한, 목민관의 고뇌… 조선 제주가 붓끝에서 되살아났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부윤자 서예전 개최
28일부터 8월 23일까지 갤러리 벵디왓
'탐라별곡'·'만언사' 등 제주 시문 재해석
유배인·목민관이 남긴 기록을 서예로 표현
소암 현중화·여초 김응현에게 서예 사사
제주 역사와 문학을 글씨와 여백으로 조명

화동 부윤자 작가의 제8회 서예전 ‘탐라의 숲을 걷다’ 포스터. 조선시대 제주 유배인과 목민관이 남긴 시문을 서예로 풀어낸 작품들이 오는 28일부터 8월 23일까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갤러리 벵디왓에서 전시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화동 부윤자 작가의 제8회 서예전 ‘탐라의 숲을 걷다’ 포스터. 조선시대 제주 유배인과 목민관이 남긴 시문을 서예로 풀어낸 작품들이 오는 28일부터 8월 23일까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갤러리 벵디왓에서 전시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조선시대 제주에 유배된 문인들의 한과 섬을 다스렸던 목민관들의 고뇌가 현대 서예작품으로 되살아난다. 유배와 통치의 공간이었던 제주를 당대 인물들이 어떤 시선과 언어로 기록했는지 붓글씨를 통해 살펴보는 전시다.

26일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화동 부윤자 작가의 서예전 '탐라의 숲을 걷다'가 오는 28일부터 8월 23일까지 박물관 갤러리 벵디왓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방선문 마애명을 비롯해 조선시대 제주 관련 사료와 시문을 서예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제주의 풍경과 자연, 유배생활의 고통, 목민관의 책임과 번민을 담은 글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전시장에서는 이익태의 '탐라십경도', 정언유의 '탐라별곡', 김춘택의 '별사미인곡', 이진유의 '속사미인곡', 안조환의 '만언사'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작품은 제주에서 생활하거나 제주를 다스렸던 인물들이 남긴 기록이다. 작가는 원문의 정서와 의미를 글씨의 크기와 굵기, 행간과 여백으로 풀어냈다.

화동 부윤자 작가가 정언유의 ‘탐라별곡’을 붓글씨로 재해석한 작품. 조선시대 제주 풍광과 지역의 모습을 담은 시문을 글씨의 굵기와 여백으로 표현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화동 부윤자 작가가 정언유의 ‘탐라별곡’을 붓글씨로 재해석한 작품. 조선시대 제주 풍광과 지역의 모습을 담은 시문을 글씨의 굵기와 여백으로 표현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탐라별곡'은 조선시대 제주 풍광과 지역의 모습을 담은 글이다. 유배문학 작품들은 낯선 섬에 머물러야 했던 인물들의 외로움과 현실 인식을 전한다. 목민관의 기록에서는 제주 자연에 대한 감상과 함께 백성의 삶을 살펴야 했던 책임감도 읽힌다.

전시는 제주를 아름다운 경관의 섬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정치적 유배지이자 중앙과 멀리 떨어진 행정 공간, 주민의 삶과 외부인의 시선이 교차했던 역사적 장소로 제주를 조명한다.

관람객은 작품 속 시문을 따라가며 조선시대 사람들이 바라본 제주의 자연과 사회를 살필 수 있다. 한문으로 기록된 고전 문학을 서예의 조형미와 함께 감상하도록 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화동 부윤자 작가가 쓴 이익태의 시문 서예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유배객의 심정과 목민관의 고뇌, 제주의 자연을 기록한 조선시대 문학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화동 부윤자 작가가 쓴 이익태의 시문 서예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유배객의 심정과 목민관의 고뇌, 제주의 자연을 기록한 조선시대 문학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부윤자 작가는 제주 화북 출신으로 소암 현중화와 여초 김응현에게 서예를 배웠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제주지역 원로·중견 작가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민속자연사박물관의 지역문화 상생 전시사업으로 마련됐다.

부용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연구과장은 "조선시대 제주를 기록한 시문을 붓글씨로 다시 만나는 자리"라며 "도민과 관광객이 선인들의 숨결을 느끼고 제주 전통문화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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