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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의 로키]정성호 법무장관은 언제부터 '사퇴 의사' 품었을까

뉴스1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7.22 ⓒ 뉴스1 황기선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7.22 ⓒ 뉴스1 황기선 기자

[편집자주]영어 단어 로키(lowkey)는 '사실은' '은근히' '조용히' 등을 뜻합니다. 최근 영미권 MZ세대들 사이에선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은근히 표현할 때' 쓰입니다. 솔직하되 절제된 글을 쓰겠습니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근무 인연이 있는 A 씨를 최근 만났다. A 씨는 자존심과 개성 강한 검찰 조직에서도 소신과 강단이 있는 인물로 꼽혔다. A 씨는 정 장관에게 소위 '들이박을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정 장관은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상대의 마음을 사는지 잘 아는 듯했다. 괜히 5선이 아니었다. 그는 직원들을 만나면 식사를 잘 챙겨 먹는지 세심히 살피고 가족 건강과 안부까지 묻는다. 그 인간적인 면 때문에 속으론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 표출하지 못했다."

정 장관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 내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한 그의 입장도 주요 이유였을 것이다. 정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한 후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 폐지가 아닌 '예외적 허용'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예상을 깨는 행보였다. 정 장관이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는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온 인사였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취임 후 이재명 대통령과 매일 같이 소통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논의한 주요 내용은 법무부 간부들과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일 때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 말인즉, 정 장관의 입장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대통령 또한 기자간담회 등 공개 석상에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피력하면서도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허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원조 친명 그룹인 7인회의 '맏형'으로 불렸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이 대통령과 38년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정 장관이 보완수사권을 옹호하는데 검찰 구성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검찰 내에선 "지금 믿을 건 정 장관밖에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 장관의 사의 표명에 검찰 내부도 적잖게 놀란 분위기다. 정 장관은 지난 25일 사퇴 여부를 확인하는 뉴스1의 취재에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직접 이야기는 안 했으나 사퇴 의지는 오래전부터 참모들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 장관은 언제부터 사퇴 의지를 갖게 됐을까. 주목할 것은, 예상을 웃도는 민주당 검찰개혁 강경파의 존재감과 입지였다. 지난해 9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된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강경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 장관은 오는 10월 폐지되는 검찰청을 대신해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중수청이 행안부 산하로 들어가는 것을 우려했다. 국정 운영의 중추 부처라는 행안부의 권한 집중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수청의 행선지가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 산하로 정해지면서 정 장관은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과의 만만치 않은 힘겨루기를 직감하지 않았을까. 구체적으로 사퇴 의사를 품지 않았더라도, 정무 감각이 뛰어난 그는 그때 이미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여당 일각에선 정 장관이 무력감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

여당은 지난 24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설령 정 장관의 사퇴 의사가 수용돼 국회로 돌아가더라도, 그가 당론을 뒤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점은 '5선'인 정 장관이 잘 알 것이다.

결국 그가 사의를 표명한 것은 그간 함께 일한 법무부와 검찰을 대신해 마지막으로 항의성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 장관과 근무 인연이 있다는 A 씨는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정 장관은 정치인입니다. 국회로 돌아가면 보완수사권 외에도 해야 할 게 많습니다. 정 장관은 실제로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느꼈겠지만,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사수해야 할 최우선의 문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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