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생 28% 맡던 병원 문 닫는다… 분만 인프라 '붕괴 경고'
서해산부인과 폐원 뒤 제주 분만기관 단 6곳
일반 산모가 이용할 병원 사실상 5곳 지적
최근 2년5개월 응급분만 이송 346건
34건은 소방헬기로 도외 의료기관 이송
신생아중환자실 부족이 도외 이송 절반가량
강정범 도의원 "임신부터 돌봄까지 통합체계 절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출생아 10명 가운데 약 3명의 분만을 맡아온 산부인과가 문을 닫으면서 섬 지역 분만 의료체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반 산모가 이용할 수 있는 분만기관이 사실상 5곳으로 줄어드는 데다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의 도외 이송도 이어져 출산 전 과정을 책임질 지역 의료체계 재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따르면 강정범 제주도의원은 제453회 임시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서해산부인과 폐원에 따른 분만 공백을 지적하고 '제주형 생애주기 출산·양육체계' 구축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강 의원은 "위성곤 도정 출범 뒤 처음 편성된 추경은 새 도정이 저출생과 출산 정책을 어떤 관점에서 다루는지 확인하는 자리"라며 "서해산부인과 폐원은 병원 한 곳이 문을 닫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 분만 의료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해산부인과는 지난해 제주 전체 출생아의 약 28%에 해당하는 870건의 분만을 맡았다. 폐원 이후 도내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7곳에서 6곳으로 줄어든다. 이 가운데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본원 환자만 분만을 받는 병원을 제외하면 일반 산모가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사실상 5곳이라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제주 출생아 수는 2021년 3728명에서 2025년 잠정 3285명으로 감소했다. 출생아 감소와 별개로 분만기관과 의료인력의 축소 속도가 빨라질 경우 남은 병원에 산모가 몰리고 응급상황 대응 여력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제주에서는 육지와 달리 중증 산모와 신생아를 다른 지역 병원으로 옮길 때 항공 이송이 필요하다. 날씨와 항공기 운항 여건이 이송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섬 지역 특성상 지역 안에서 치료를 마칠 수 있는 의료역량이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을 좌우한다.
2024년부터 2026년 5월까지 제주지역 응급분만 이송은 346건이다. 이 가운데 34건(9.9%)은 소방헬기를 이용해 도외 의료기관으로 옮겼다. 도외 이송 사유의 절반가량은 신생아중환자실 부족이었다. 임신 30주 미만 고위험 임산부와 수술이 어려운 사례 등도 포함됐다.
제주대학교병원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를 담당하는 권역모자의료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시설인 MFICU는 새로 확충되지만 미숙아와 중증 신생아를 치료하는 신생아중환자실인 NICU는 기존 16병상 규모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FICU는 중증 임신 합병증이나 조산 위험이 큰 산모를 집중적으로 관찰·치료하는 시설이다. NICU는 조산아와 저체중아, 호흡·순환기 이상이 있는 신생아가 전문치료를 받는 병동이다. 산모를 치료할 시설이 늘더라도 태어난 아기를 받을 병상이 부족하면 도외 이송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강 의원은 권역모자의료센터 설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상급 의료기관 확충만으로 일반 분만기관 부족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상 분만을 맡는 민간 산부인과가 줄어들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환자가 집중되고 고위험 산모 치료 기능도 압박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분만은 의사 한 명만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마취과 의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간호인력, 수술실과 신생아 치료시설이 24시간 대응해야 한다. 출생아가 줄더라도 응급상황에 대비한 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해 의료기관의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강 의원은 강원특별자치도와 전라남도 등의 분만기관 운영비·의료인력 지원,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례를 들어 제주 실정에 맞는 지원책 검토를 제안했다. 민간 분만기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의료인력 확보와 당직체계, 응급이송 협력망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책의 범위도 분만기관 유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신 준비와 난임 지원부터 산전 진료, 분만, 산후조리, 신생아 치료, 영유아 돌봄까지 흩어진 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제주형 생애주기 출산·양육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한 달 뒤면 제주 출생의 28%를 담당하던 병원이 문을 닫고, 다섯 달 뒤에는 권역모자의료센터가 문을 연다"며 "그 사이에도 산모들은 분만병원을 찾아야 하고 일부 산모는 도외 이송 헬기를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낳는 일은 한 가족의 일이지만 아이를 안전하게 맞이하고 건강하게 키울 환경을 만드는 일은 도정이 책임져야 할 과제"라며 "임신부터 출산과 산후조리, 신생아 치료, 영유아 돌봄까지 이어지는 제주형 통합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