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오지만 언제 올지 모른다"… 제주 읍면 '옵서버스' 원점 재검토 요구
한동훈 제주도의원, 추경 심사서 운영 한계 지적
배차 인원·최장 대기시간 분석 용역 반영 주문
학생·어르신 이용실태와 고정노선 환원 검토
심야 당번택시 오후 9~11시 운영 한계 제기
지역책임택시, 실제 호출 때 공급 보장 요구
"비용 절감보다 주민 이동권을 기준 삼아야"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기다리기 어려운 제주 읍면지역 주민을 위해 도입된 수요응답형 버스가 오히려 대기시간과 운행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주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오후 11시면 끝나는 심야 당번택시도 농어촌 주민의 귀가와 지역 상권 이용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심사 중인 대중교통 노선체계 재정립 용역에 실제 탑승 인원과 최장 대기시간, 학생·어르신 이용실태를 포함하고 수요응답형 노선의 고정노선 환원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다.
27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한동훈 제주도의원은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읍면지역 대중교통과 택시 운영체계의 한계를 지적하고 주민 이동권을 기준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동훈 의원은 "버스 준공영제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고 있지만 읍면지역 주민이 느끼는 이동 편의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운행 횟수와 이용객 수 같은 공급자 중심 통계에서 벗어나 실제 대기시간과 이동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요응답형 버스인 '옵서버스'가 집중적인 점검 대상으로 제시됐다. 옵서버스는 정해진 운행구역 안에서 이용자가 호출하면 승객 수요와 이동경로에 맞춰 운행하는 방식이다. 제주에서는 일부 읍면 지선에 고정노선과 수요응답형 운행을 병행하고 있다.
한 의원은 "정시성이 담보되지 않고 사실상 대형택시처럼 운행되면서 주민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며 "부분적인 보완에 머물지 말고 운영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해진 시간표와 노선에 따라 움직이는 일반 버스와 달리 수요응답형 버스는 호출 상황에 따라 이동경로와 도착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승객이 적고 마을이 넓게 흩어진 농어촌에서는 빈 차량 운행을 줄일 수 있지만 통학이나 병원 진료처럼 도착시간이 중요한 이동에서는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제주도도 일부 구간에서 옵서버스 운행시간대의 고정노선 운행을 늘리는 등 시간표를 조정해 왔다. 수요응답형 운행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정시 이동 수요가 확인된 지역에서는 고정노선과의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의원은 이번에 신규 편성된 '대중교통 노선체계 재정립 용역'에 배차 한 번당 탑승 인원과 이용자가 기다린 최장 시간, 학생·어르신 이용 현황을 포함하도록 주문했다.
옵서버스 운행권역을 줄이거나 일부 구간을 고정노선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읍면별 주민설명회와 현장조사를 의무화해 실제 이용자가 겪는 불편을 노선 개편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읍면지역 심야 당번택시 운영시간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만 운행해 늦은 시간 귀가하려는 주민의 이동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버스 운행이 끝난 뒤 택시까지 잡히지 않으면 주민은 모임이나 문화활동을 일찍 마치거나 아예 참석을 포기해야 한다. 읍면 식당과 상점 입장에서도 야간 고객이 이동수단을 구하지 못하면 매출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한 의원은 "지역별 호출 수요와 시간대를 분석해 심야 당번택시의 운행시간과 투입 차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라"고 제안했다. 같은 시간과 차량 대수를 모든 읍면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관광지와 중심지, 외곽마을의 이동 특성에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민선9기 공약인 '지역책임택시'도 이름만 바뀐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택시 운전자가 호출에 대비해 대기하는 시간과 다른 영업 기회를 포기하는 비용을 적정하게 보상하고, 주민이 실제로 요청했을 때 차량이 배차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다.
지역책임택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호출 접수와 배차, 도착시간, 미배차 사유를 기록하고 지역별 이용실적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예산 투입 규모보다 필요한 시간에 차량이 도착했는지가 성과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한 의원은 "대중교통 정책의 성패는 운행 손실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아니라 도민이 필요한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어르신과 학생의 목소리를 담은 현장 중심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