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병원·삼성서울병원, 해녀 8868명 추적… 부비동염 위험 37% 높았다
일반인 2만6604명과 약 10년 임상자료 비교
전체 비강질환 19%·알레르기 비염 30% 높아
50세 이하 해녀 비염 위험은 55% 증가
인두질환 31%·후두질환 28% 높은 수준
찬 바닷물·압력 변화 반복 노출 영향 주목
직업 특성 반영한 맞춤형 검진·예방 필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평생 찬 바다를 오가며 숨을 참고 물질해 온 제주해녀가 일반인보다 급성부비동염과 알레르기 비염 등 코 질환에 더 취약하다는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험적으로 알려졌던 반복 잠수와 상기도 질환의 연관성을 해녀 8868명의 장기 의료자료로 확인한 국내 첫 분석이다.
28일 제주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제주대병원 해녀건강연구센터와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제주해녀 8868명의 임상자료를 약 10년간 추적해 일반인 대조군 2만6604명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해녀의 비강질환 위험은 일반인보다 19% 높게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급성부비동염 위험이 37% 높아 격차가 가장 컸고, 알레르기 비염도 3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이 낮은 해녀일수록 차이가 두드러졌다. 50세 이하 해녀의 비염 위험은 같은 연령대 일반인보다 55% 높게 나타났다.
코뿐 아니라 목과 후두 부위에서도 질환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해녀의 인두질환은 일반인보다 31%, 후두질환은 28%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상기도는 코와 부비동, 인두, 후두처럼 공기가 폐로 들어가기 전에 지나는 호흡기관을 말한다. 외부 환경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여서 찬 바닷물과 압력 변화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해녀에게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질 수 있다.
해녀는 산소통과 같은 별도 호흡장비 없이 숨을 참은 채 바닷속을 오르내린다. 잠수할 때마다 수압이 달라지고 얼굴과 코가 찬 해수에 노출된다. 물속과 수면을 반복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코와 부비동 내부의 압력 조절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부비동은 코 주변 얼굴뼈 안에 있는 빈 공간이다. 코와 연결된 통로가 붓거나 막히면 분비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염증과 통증, 코막힘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차가운 해수와 급격한 압력 변화에 대한 장기간 노출이 코 점막을 반복적으로 자극하고, 이물질을 밖으로 밀어내는 섬모의 기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반복 잠수와 질환 발생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분석으로, 개인별 발병 원인을 모두 잠수 환경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제주해녀를 단순한 고령 여성 집단이 아니라 장기간 특수한 환경에서 일해 온 직업집단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해녀는 고령화와 잠수 경력, 작업 빈도, 건강상태가 서로 달라 연령과 기저질환 등을 함께 고려한 건강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녀 건강정책은 잠수병과 근골격계 질환, 청력 손상 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연구는 반복되는 코막힘과 비염, 부비동염, 목 질환도 직업환경과 연결해 살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비과학회 학술지 '라이놀로지(Rhinology)'에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제주해녀의 상기도 질환: 노화와 회복탄력성 코호트 연구'다. 해당 논문은 국제 의학문헌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에도 등재됐다.
이번 연구를 해녀 건강정책으로 연결하려면 정기검진 항목에 코와 부비동, 인두·후두 상태를 반영하고 잠수 경력과 작업 빈도에 따른 고위험군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증상을 오랫동안 참거나 만성질환으로 굳어지기 전에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 연계체계도 과제로 제시된다.
논문 제1저자인 장석원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경험적으로 알려졌던 잠수 환경과 상기도 질환의 연관성을 실제 임상자료로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장은 "제주해녀를 장기간 추적한 임상자료는 극한의 직업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희소한 자료"라며 "위험요인을 정밀하게 규명하고 직업성 상기도 질환 예방전략을 마련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