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돈잔치…빅테크는 '빚더미', 애플은 웃었다
채권시장 "AI 투자 너무 빠르다" 경고
빅테크 신용위험 최고치
애플은 15개월 만에 시총 1위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미국 빅테크들의 신용위험을 키우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확보를 위해 수백억달러를 쏟아붓는 가운데 투자금 회수 시점은 불투명해지면서 채권시장이 먼저 경고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하던 기준도 실적보다 재무건전성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오라클, 엔비디아, 알파벳, 메타, 아마존, 브로드컴, 스페이스X 등 AI 투자 핵심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일제히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는 기업이 부도날 위험에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프리미엄이 오를수록 시장이 바라보는 신용위험도 커졌다는 의미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오라클이다. 오라클의 5년 만기 CDS는 215bp(1bp=0.01%p)까지 치솟아 연초(144bp)보다 약 50% 상승했다. 이는 1000만달러 규모 채권을 보장받기 위해 연간 21만5000달러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오라클이 향후 1년 동안 데이터센터 구축에 7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투자 부담과 수익성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최하단인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메타도 AI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텍사스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조달한 120억달러 규모 차입금 금리는 투기등급 회사채 수준에 근접했다. 엔비디아의 CDS 역시 사상 최고인 79bp까지 올랐다. FT는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미국 오하이오주 10GW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최대 2500억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파벳 역시 지난 2·4분기 상장 이후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CDS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은 AI 투자 확대보다 막대한 자본지출이 언제 실적으로 연결될지를 더 우려하고 있다. AI 인프라 경쟁이 이어질수록 추가 차입은 불가피하지만 투자 회수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AI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신용등급 하락과 자금조달 비용 상승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실제 최근에는 AI 투자 확대 기업을 중심으로 채권 투자자들의 헤지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존 에일워드 소나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 투자 속도와 자금 조달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기업을 바라보는 투자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AI 투자 규모와 성장성이 기업가치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건전성과 현금창출력이 더 중요한 평가 요소로 떠올랐다.
프랑스 투자은행(IB) 소시에테제네랄의 마니시 카브라 미국 주식전략 책임자는 "이제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은 주당순이익(EPS)이 아니라 CDS를 봐야 한다"면서 "AI 투자 규모가 현금 창출 속도를 계속 앞지르면서 잉여현금흐름은 경기순환 저점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3분기 연속 AI 투자를 줄인 애플은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이날 종가 기준 시총 4조9480억달러를 기록하며 엔비디아를 제치고 15개월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