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보완수사권 없애려니 복잡해지는 형소법..."이대론 업무 마비"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 달 새 형소법 개정안 18건 쏟아져
압수수색 전 과정 녹화·수사기록 공개 등 '대안' 담겨
"예산·인력 그대로인데 업무만"…밀행성 훼손 우려도

그래픽=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DB
그래픽=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DB

[파이낸셜뉴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사라지는 검사의 수사 통제 기능을 대신할 '대안'을 담은 의원 발의안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들 '대안'이 수사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에 가까워 오히려 형사사법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후 이날까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8건이나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경찰관 등 사법경찰관의 수사권 오남용이 우려되는 만큼, 이를 어떻게 통제할지를 놓고 의원들이 저마다 해법을 내놓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장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수사기관의 수사 전 과정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기록·등재하는 '대안'을 담았다.

개정안에 신설되는 제244조의7은 사법경찰관이 체포·구속 등을 위해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을 집행할 때 그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고 지체 없이 킥스에 올리도록 규정했다. 신체 착용형 촬영기기, 이른바 '보디캠'도 촬영 수단에 포함된다. 피의자나 변호인이 요청하면 그 밖의 압수·수색에서도 촬영은 의무가 된다.

같은 개정안 제244조의6은 한발 더 나간다. 수사관이 사건관계인을 만난 일시·장소와 나눈 대화 내용, 수집한 증거의 목록과 취득 경위, 형법 제51조에 따른 양형 자료까지 모두 등재 대상이다. 해당 수사를 지휘하거나 결재한 상급자의 소속·직위·성명도 함께 남겨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등재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등재하면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간주되고, 정기 점검에서 적발될 경우 징계 의결 요구 대상이 된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결이 다른 통제 장치를 담았다.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려는 고소인에게 필요한 범위에서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권을 부여한 데 이어, 고소인·피해자가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수사기관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하도록 하는 조항(제245조의11)을 신설했다. 열람 범위를 피해자 등과 관련된 기록으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그 경계는 조문에 구체적으로 정해두지 않았다. 수사가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사법경찰관과 검사 이외의 인물이 수사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대안들이 수사의 기동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 의원안은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 등 위급한 상황에 대응할 때도 이를 모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예측이 어려운 출동 현장에서 이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일선서 수사과장 출신 변호사 A씨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예컨대 모든 경찰관에게 고성능의 바디캠을 지급하고, 녹화한 것이 자동적으로 킥스에 등재되는 등 예산을 많이 투자하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결국 경찰관들이 출동을 나갔다와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증거를 남겨야 할 것"이라며 "2021년 수사권 조정 당시에도 인력과 예산 등 경찰 조직의 역량은 그대로였는데, 업무만 넘어와 결국 업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안을 두고는 수사의 밀행성이 무너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사건관계인에게 기록이 열리면 공범 도주나 증거인멸로 이어질 수 있고, 고소·고발이 상대방의 수사 상황을 들여다보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이런 '대안'들이 실현될 경우 형사사법체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법조 관계자는 "보완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 등 검사의 수사통제 기능을 살릴 요건을 없애려 하다 보니 개별 부작용을 막기 위한 '땜빵용'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 모양새"라며 "제도는 간단하고 명료해야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일반 시민들은 법률가의 조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형사 전문 변호사들"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보완수사권 #형사소송법 #수사 통제 #수사권 #형사사법정보시스템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