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6000선 붕괴…외국인 4조 '패닉셀 [fn마감시황]
[파이낸셜뉴스] 코스피와 코스닥이 28일 나란히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급락하며 국내 증시가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외국인이 4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쏟아진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 위축과 AI 투자 부담, 국내 수급 쏠림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p(10.84%) 내린 6023.66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5.48p(5.26%) 하락한 6400.27에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키웠다.
장 시작 직후인 오전 9시 6분 코스피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도 오전 9시 14분 매도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이어 코스피가 8% 이상 급락하면서 오전 10시 13분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매매가 중단됐다. 코스닥도 오후 12시 1분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 마감에 가까워지면서 각각 6000선, 7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시황 급락의 중심에는 외국인 매도가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4조3179억원, 638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은 4조9841억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무너졌다. 상위 14개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0.26%)를 제외하고 모두 내림세로 마감했다.
시총 1위에 해당하는 삼성전자는 13.39%, SK하이닉스는 14.65% 하락률을 보였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59.01p(7.72%) 내린 705.85에 마감했다. 지수는 22.73포인트(2.97%) 하락한 742.13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이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 악화와 AI 투자에 대한 우려, 국내 수급 쏠림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와 레버리지 ETF에 매수세가 과도하게 집중된 상황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자 레버리지 특성상 하락이 추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며 "외국인의 비중 축소까지 겹치면서 지수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이날 WM 시장 코멘트를 통해 최근 증시 급락의 배경으로 반도체 대형주 차익실현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연초 이후 레버리지 상품 출시 등에 힘입어 반도체 대형주로 수급이 집중된 가운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중국 증시 상장 후 공모가 대비 장중 530% 이상 급등하며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한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기술 자립에 대한 경계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 가능성이 보도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며 "이 영향으로 ASML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에 매도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DUV 장비가 기술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를 단기간 내 위협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예상보다 빠른 기술 개발 속도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 역시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조 연구원은 "오라클과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등 주요 AI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일제히 상승하며 대규모 AI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이 신용시장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엔비디아가 SK그룹, 오픈AI 등과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AI 순환거래' 논란도 다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번 주 예정된 대형 이벤트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한국시간 31일 새벽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공개된다. 조 연구원은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이벤트를 앞두고 적극적인 매수보다 위험자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단기 변동성 확대에도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저가 매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점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같은 V자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 전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