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를 바꿔라' 반복 질책에 무너졌다"…서울의료원 또 '태움' 의혹
[파이낸셜뉴스] 고(故) 서지윤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태움' 문화 속에서 숨진 지 7년이 지났지만 서울의료원에서 또다시 유사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조합은 피해 간호사 보호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고, 서울의료원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료원 간호사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를 맡아왔으며, 직속 상사인 B씨로부터 반복적인 질책과 모욕적인 발언에 시달렸다.
A씨는 "지금 일도 힘든데 한참 어린 딸 같은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게 짜증 난다"는 등의 말을 지속적으로 들었고, 여러 차례 야근을 했음에도 초과근무를 인정받지 못해 수당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휴가를 사용할 때도 질책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한 A씨는 이달 2일 서울의료원장에게 인력 부족과 괴롭힘 문제를 호소하는 이메일도 보냈다. 그러나 "AI가 도입되면 행정 효율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독된 입장문에서 A씨는 "새벽이든 주말이든 시간을 내 일했지만 모든 책임은 제게 돌아왔다"며 "'태도를 바꿔야 한다', '잘하면 된다'는 말만 반복됐을 뿐 업무량을 줄이거나 현실적인 개선은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 병원에 와서야 '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한 번의 큰 폭언보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질책이 사람을 더 깊은 심리적 고통으로 몰아넣는다"고 밝혔다.
또 "서지윤 간호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해자는 남고 피해자는 떠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구조적인 괴롭힘을 끊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현장에서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서울의료원에 피해자 보호와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에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태움'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의료원은 2019년 서지윤 간호사 사망 이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표준 매뉴얼 마련,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 간호사 지원전담팀 운영 등 5대 혁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내규에 따라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근무 장소를 분리 조치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위원장으로 하는 서울의료원 감정노동보호위원회가 직장 내 괴롭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변호사 등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에서 객관적으로 심의한 뒤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