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모호한데 그대로 유죄?… 대법 "석명권 안 쓴 2심 잘못"
개인정보 무단 제공받은 휴대전화 판매업자 벌금형 원심 파기환송
공소사실에 두 가지 범죄 해석 여지 혼재... "피고인 방어권 지장 우려"
[파이낸셜뉴스] 공소사실이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어 적용할 법률이 명확하지 않다면 법원이 검사에게 석명(釋明·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힘)을 구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휴대전화 판매업자인 A씨는 2023년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 오모씨의 동의 없이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처리 업무 담당자 B씨에게 '통신사 조회시스템에 있는 오씨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구해 이를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 이를 제공받은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개인정보보호법 71조 1호 위반죄를 인정하며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직권으로 검찰의 공소장을 살핀 후, 적용 법조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원심이 필요한 석명 및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A씨 공소장에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라는 표현과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이라는 표현이 혼재돼 담겼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개인정보보호법 71조 1호 위반죄를 적용했고 1·2심은 이를 그대로 적용해 유죄로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해당 공소사실이 옛 개인정보보호법 71조 5호(현행법 71조 9호) 위반죄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정보를 받은 자' 등을 벌하는 조항으로, 애초 적용된 죄목과 법정형은 같지만 범죄의 구성요건에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2심이 A씨의 공소사실을 잘못 판단했을 뿐 아니라, 검찰에 기소 취지를 명료하게 하라는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사건 전체를 파기했다. 석명권은 소송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검사나 변호인, 당사자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형사소송규칙상 재판장의 권한이다.
대법원은 "공소장 내용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해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하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라며 "원심으로서는 검사에게 어떤 죄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인지 석명을 구하고 범죄 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심리한 후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