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다이버·스노클링객 잇단 사망… 제주 바다 '복합 안전경보'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귀포 문섬 다이버·코난해변 스노클링객 숨져
최근 5년 여름 연안사고 260건·47명 사망
사망자 중 구명조끼 착용 3명에 그쳐
해수욕장 해파리 쏘임·귀상어 출현 겹쳐
안전요원 455명·연안 위험지역 32곳 배치
"음주 입수 금지·지정 장소 이용" 당부

제주시 한경면 판포포구에서 청소년들이 방파제 위에서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항·포구는 수심 표시와 안전선, 구조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수면 아래 암반과 계류시설이 있을 수 있어 다이빙과 수영을 피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제주시 한경면 판포포구에서 청소년들이 방파제 위에서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항·포구는 수심 표시와 안전선, 구조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수면 아래 암반과 계류시설이 있을 수 있어 다이빙과 수영을 피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바다가 익수와 추락, 해양생물 위험이 겹친 복합 안전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다이빙과 스노클링 중 사망사고가 이어진 데다 해수욕장에서는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하고 연안에서는 열대·아열대 해역에 주로 사는 귀상어까지 발견됐다.

치명적인 사고는 안전요원이 배치된 지정 해수욕장보다 항·포구와 비지정 해변, 갯바위, 테트라포드 등 관리가 어려운 연안에서 집중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숨은 물놀이 명소'가 빠르게 퍼지는 반면 수심과 조류, 수중 장애물, 과거 사고 이력 등 생명을 좌우하는 정보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구명조끼는 생명조끼', '음주 후 입수 금지', '물놀이는 지정된 장소에서'를 3대 핵심 메시지로 정했다. 물놀이 관리지역에 안전관리요원 455명을 배치하고 방문객이 몰리는 연안 32곳에도 인력을 전진 배치했다.

■ 다이빙·스노클링 사망 사고 잇따라

제주시 삼양포구에서 청소년들이 방파제 위에서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사고는 유형이 서로 달라도 상당수가 안전요원이 없는 항·포구와 비지정 해안에서 발생했다. 잔잔한 수면과 다른 이용객의 입수만으로 해당 장소의 안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진=파이낸셜뉴스
제주시 삼양포구에서 청소년들이 방파제 위에서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사고는 유형이 서로 달라도 상당수가 안전요원이 없는 항·포구와 비지정 해안에서 발생했다. 잔잔한 수면과 다른 이용객의 입수만으로 해당 장소의 안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진=파이낸셜뉴스

지난 29일 오전 9시43분께 서귀포시 문섬 인근 해상에서 미국 국적의 40대 여성 다이버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다이빙 업체 관계자가 여성을 발견해 신고했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관계기관이 조사하고 있다.

문섬은 국내외 다이버가 즐겨 찾는 제주 대표 다이빙 지점이다. 수중 시야가 좋고 해양생물이 다양하지만 조류와 수심, 체력 저하 등 여러 위험요인이 있어 경험과 관계없이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해수욕장 개장 이후에도 지정구역 밖의 위험은 이어졌다. 지난 27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한 포구 바닷속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돼 해경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일 제주시 도두이동 포구에서는 테트라포드 위를 이동하던 70대 낚시객이 추락했다. 주변 낚시객들이 구조했지만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숨졌다.

6월 20~22일에는 제주 연안에서 사흘 사이 3명이 사망했다. 20일 서귀포시 보목동 해안에서 6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숨졌고, 21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신당 인근 해상에서 10대가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22일 새벽에는 서귀포시 모슬포항에서 바다에 빠진 60대 남성이 구조됐지만 목숨을 잃었다.

6월 4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코난해변 인근에서 스노클링하던 30대 남성이 물에 빠져 숨졌다. 코난해변은 스노클링 장소로 알려졌지만 지정 해수욕장이 아니어서 공식 수영구역과 상시 안전관리 인력이 없다.

최근 사고는 유형이 서로 달라도 상당수가 안전요원이 없는 항·포구와 비지정 해안에서 발생했다. 잔잔한 수면과 다른 이용객의 입수만으로 해당 장소의 안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 5년간 47명 숨져… 항·포구 사망 최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여름 해수욕장과 하천·계곡, 항·포구와 비지정 연안 등에 안전관리요원 455명을 배치했다. /사진=뉴스1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여름 해수욕장과 하천·계곡, 항·포구와 비지정 연안 등에 안전관리요원 455명을 배치했다. /사진=뉴스1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21~2025년 매년 6~9월 제주 연안에서는 사고 260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404명이며 이 가운데 47명이 숨졌다.

장소별 사고는 해안가가 6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항·포구 52건, 갯바위 36건, 해수욕장 17건, 테트라포드와 방파제 각각 11건이 뒤를 이었다.

사망자는 항·포구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해안가 12명, 갯바위 5명, 테트라포드 4명, 해수욕장 3명 순이었다.

사고 260건 가운데 익수사고는 179건으로 68.8%를 차지했다. 익수사고 사망자는 4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93.6%에 달했다. 수영과 스노클링, 다이빙 중 발생한 익수사고는 90건이며 27명이 목숨을 잃었다.

구명조끼 착용률은 낮았다. 피해자 404명 가운데 구명조끼 착용자는 103명으로 25%에 그쳤다. 사망자 47명 중 착용자는 3명, 6.4%였다.

구명조끼는 갑작스러운 파도와 조류, 체력 저하로 몸을 가누기 어려울 때 수면 위에 머물도록 돕는다. 다만 수심을 확인하지 않고 항·포구에서 뛰어들어 암반이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할 경우 발생하는 머리·목 부상까지 막을 수는 없다.

항·포구에는 선박을 묶는 계류시설과 밧줄, 암반, 콘크리트 구조물이 수면 아래 숨어 있을 수 있다. 조수 간만에 따라 수심도 크게 달라져 포구 다이빙은 중증 외상과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방파제와 갯바위, 테트라포드에서는 추락 뒤 자력으로 빠져나오기 어렵고 구조대 접근도 지연될 수 있다.

■ 해파리 쏘임·고수온·귀상어까지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시 문섬 인근 해상에서 폐그물에 걸린 채 발견된 길이 약 1.5m의 귀상어 사체. 열대·아열대 해역에 주로 사는 귀상어가 제주 연안에서 발견되면서 수온 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제공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시 문섬 인근 해상에서 폐그물에 걸린 채 발견된 길이 약 1.5m의 귀상어 사체. 열대·아열대 해역에 주로 사는 귀상어가 제주 연안에서 발견되면서 수온 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제공

인명사고에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도 겹치고 있다. 올여름 제주지역 해수욕장에서는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했다. 고수온이 이어지면 해파리의 성장과 분포 범위가 달라지고 연안 이용객의 접촉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해파리에 쏘이면 즉시 물 밖으로 나와 안전요원에게 알려야 한다. 피부에 촉수가 남아 있으면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현장 안전요원이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제거해야 한다.

지난 17일에는 서귀포시 문섬 인근 해상에서 폐그물에 걸린 길이 약 1.5m의 귀상어 사체가 발견됐다. 성체가 3~4m까지 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린 개체로 추정됐다.

귀상어는 열대·아열대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귀상어 사체 한 마리가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해수욕객에 대한 공격 위험이 커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수온 변화와 먹이 이동에 따라 제주 연안까지 접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파리와 상어 등 해양생물이 발견되면 개별 이용자가 직접 접근하거나 포획하려 해서는 안 된다. 안전요원이나 해양경찰에 신고하고 현장 통제에 따라야 한다.

■ 안전요원 455명에 AI·드론 투입

제주 비지정 연안 포구에 다이빙·물놀이 위험지역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와 비지정 연안 물놀이 지역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는 AI 치안안전순찰대와 주민자치경찰대도 투입해 숨은 물놀이 장소와 낚시객 고립 위험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사진=뉴스1
제주 비지정 연안 포구에 다이빙·물놀이 위험지역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와 비지정 연안 물놀이 지역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는 AI 치안안전순찰대와 주민자치경찰대도 투입해 숨은 물놀이 장소와 낚시객 고립 위험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사진=뉴스1

제주도는 지난 4월부터 도와 교육청, 소방, 해양경찰, 행정시 등 6개 기관 16개 부서가 참여하는 수상안전사고 예방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차례 대책회의를 열어 기관별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올여름 물놀이 관리지역에는 안전관리요원 455명이 배치됐다. 방문객이 증가한 항·포구와 비지정 물놀이 연안 32곳에도 안전관리요원을 전진 배치했다. 의용소방대와 연안안전지킴이, 지역전담제를 연계해 순찰 범위를 넓혔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인공지능(AI) 치안안전순찰대와 주민자치경찰대를 활용해 SNS에서 알려진 물놀이 장소와 낚시객 고립 위험지역을 살핀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넓은 구역은 드론으로 점검하고 있다.

다만 AI와 드론은 위험행위를 발견하고 경고하는 보조수단이다. 현장을 떠난 뒤 다시 입수하는 행동까지 막기 어려워 이용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 위험은 남는다.

제주 바다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명확하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술을 마셨다면 물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안전요원이 있고 수영구역이 관리되는 지정 장소를 이용해야 한다.

양제윤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구명조끼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비"라며 "음주 후에는 절대 물에 들어가지 말고 안전요원이 있는 지정 장소에서 물놀이를 즐겨달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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