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점도표'에 찍힌 금리의 미래..'나침반인가, 족쇄인가'..유용성 '갑론을박'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시장 전문가 8명 설문..6명 유지, 2명 폐지
유지된다면 시계 확장, 개별위원 구분 주장도
폐지 쪽에선 앵커링 효과 우려.."유용성 낮다"
미 연준에서 폐지 수순 밟는 점도 명분 제공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뉴스1

[파이낸셜뉴스]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백투백(연속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향후 금리 방향 예측 지표인 점도표의 유용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통화 전문가들은 대체로 점도표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금통위 스스로 과거가 현재를 제약하는 동시에 채권시장에 잡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파이낸셜뉴스가 시장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익명)한 결과 5명은 점도표 '유지', 1명은 '조건부 유지', 다른 2명은 '폐지' 입장을 밝혔다.

유지에 손을 든 쪽은 대체로 '소통'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긍정 평가했다. A전문가는 "금융통화위원들의 대중적 접촉이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단서나 의중은 중요한 참고 자료"라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도 기본적으로 이 같은 순기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장기금리에 대한 기대 관리, 중장기 정책 기조 수립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상대 전 부총재도 "실증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점도표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변화는 있어야 한단 지적도 있다. '조건부 유지'를 답한 전문가는 시계 확장을 주장했다. 과거 총재의 구두 포워드 가이던스 발표 때는 향후 3개월이었다가 현재 점도표는 6개월인데, 그보다 연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도 지난해 모의실험 때 시계 1년까지 감안했지만 점도표 분산이 확대될 수 있단 문제제기가 있었다. B전문가는 "위원별 점의 표시를 다르게 해 구분해야 한다"고도 했다. 개별위원에 가해지는 정치적 압력 등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고유 색상을 위원마다 부여하지 않고 매번 다르게 표현하면 특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반대로 폐지에 동의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C전문가는 과거 결정이나 데이터에 대한 앵커링(정박) 효과를 지목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금통위원들은 앞선 결정에 얽매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전문가는 "점도표는 (금리 하향 없이 통화완화가 얼마나 오래갈지 판단하는) 제로금리 시대에 효과 있던 전략"이라고 짚었다.

점도표 유용성을 부정한 D전문가도 "국내 유동성과 시중금리는 정책금리에 선행해 움직이고,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기대가 후행적으로 뒤따르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점도표나 포워드 가이던스는 채권시장에 오히려 노이즈(잡음)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태도 변화가 이 같은 주장에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케빈 워시 의장 취임 후 열린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결정문에서 그간 제시됐던 '포워드 가이던스'가 삭제됐고, 워시 의장은 점도표에 본인 몫의 '점'을 찍지 않았다. 연내 점도표 폐지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점도표로 대표되는 적극적 소통이 되레 시장이 중앙은행만 쳐다보게 만들어 자체적 가격 결정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게 연준 인식이다.
한은 역시 Fed와 같은 고민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시장은 점도표를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그 탓에 통화정책 경로가 그 범위에서 벗어나면 '말을 바꿨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통위원 7명 중 1~2명이 판단을 바꿨음에도 '금통위가 방향을 틀었다'는 식으로 해석되거나, 금통위원이 3개 점 중 어디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파악할 길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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