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제3자로 확대...우수 중기 살린다[2026 세제 개편]
[파이낸셜뉴스]'친족 간 상속'에만 갇혀 있던 가업상속공제 틀이 깨진다. 제3자가 기업을 물려받을 경우 매도자, 매수자 양쪽의 세금을 깎아주는 '제3자 사업승계 과세특례'가 신설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도 사설 주차장, 마트 등을 제외하는 등 기술 중심 기업을 위한 제도로 탈바꿈한다. 기업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의 최소 경영기간도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올리는 등 편법 절세 통로를 틀어막는 핀셋 규제도 함께 추진된다. 다만, 세금 전문가들은 30년으로 경영기간 요건을 확대한 것이 최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최근 창업·벤처 생태계와 괴리되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재정경제부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의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사업승계 범위를 '가족'에서 '사회적 승계'로 넓혔다는 점이다. 1997년 가업상속공제 도입 이후 혜택의 전제조건이었던 '친족 상속'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도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리는 알짜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조만희 세제실상은 "친족이 아닌 제3자에게 사업을 승계하는 경우에도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특례를 신설해 기업의 승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028년부터 시행되는 '제3자 사업승계 과세특례'는 제3자가 기업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도자, 매수자 각각을 대상으로 세제지원한다. 과세 특례 대상 매도자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의 연 매출 5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을 20년 이상 경영한 60세 이상 최대주주다. 매수자는 매도기업과 동일 업종을 10년 이상 경영한자·기업 또는 매도기업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이다.
매도자는 주식·출자지분 또는 사업용 자산에 대한 양도세 20%를 감면 받을 수 있다. 매도자의 감면 한도는 매도자의 경영연수 1년당 5000만원씩이다. 매수자는 사업승계일로부터 5년간 승계 받은 사업장의 소득·법인세 10%를 감면 받게되며 연간 감면 한도는 5억원이다. 과세특례 기간은 2028년부터 2030년까지로, 제3자 승계인이 인수 후 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도록 돕는 세액감면 혜택인 셈이다.
가업상속공제 한도 역시 대폭 늘렸다. 기존에는 경영기간 10년, 20년, 30년 이상에 따라 각각 최대 300억원, 400억원, 600억원의 상속세를 공제했다. 앞으로는 피상속인 경영연수 1년당 20억원씩 공제 한도가 누적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45년간 가업을 경영 후 사망시 공제 한도가 현행은 600억원이었다면 앞으로는 900억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50년 이상 가업을 이어온 초장수 기술기업의 경우 최대 1000억원까지 상속세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제3자 승계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대신, 기존 가업상속공제의 '절세 구멍'은 메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사설 주차장이나 대형 카페 등이 가업상속공제로 세금을 면제받는 실태를 보고받은 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 부동산 500억원 갖고 있으면 주차장 만들어 좀 하다가 10년 지나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것"이라며 "세금 내는 사람이 바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업'의 법적 정의를 '특허·산업기술·영업비밀 등 전문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명문화하고, 민관 심사위원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공제 대상 업종 역시 기존 대·중분류 방식에서 세세분류로 정비해 총 1205개 업종 중 727개만 남겼다. 기존 주차장, 마트, 버스·택시, 병원, 약국, 창고업 등 478개 업종을 제외시켰다. 반면 백년소상공인, 명문장수기업은 공제 업종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커피전문점은 공제대상 업종이 아닌지만, 백년소상공인으로 지정받으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밖에 가업상속공제 피상속인 최소 경영기간 요건을 현행 10년에서 30년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상속인이 기업을 팔지 않고 계속 경영하는지를 정부가 추적하는 사후관리는 현행 상속 후 5년에서 10년간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업종 변경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심사를 거쳐 허용한다. 단, 피상속인이 경영기간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경우 30년에 미치지 못한 부족기간 만큼 상속인의 사후관리기간 연장을 전제로 공제를 허용한다. 부동산을 통한 절세를 막고자 공제대상 토지 범위를 기존 건축물 바닥 면적의 3~7배에서 앞으로 2~3배로 줄였다. 또한 토지 공제 한도(1㎡당 1000만원)도 신설됐다.
최소 경영기간 30년 요건이 업종이 여럿 바뀌는 최근 기업 행태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점옥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부단장은 "특히 최근에는 AI, 바이오,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창업 후 10년 이상 기업을 성장시킨 뒤 승계를 준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30년 이상 주업종의 경영 요건을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이러한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보다는 기업가치를 높인 이후 매각이나 투자회수를 통한 엑시트(Exit) 전략을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