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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157엔' 日 연이틀 개입, 배후엔 美베센트?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틀간 엔화 매수에 163엔→157엔 급반등
美재무부, 은행들에 개입 가능성 이례적 사전 통보
베센트 "우에다 만나길 기대"…日銀 금리 인상 압박
다카이치 재정확대엔 "트러스 쇼크 재연 우려"
엔저가 日자금의 미국채 이탈로 번질 가능성 경계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왼쪽)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출처=연합뉴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왼쪽)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출처=연합뉴스
'164→157엔' 日 연이틀 개입, 배후엔 美베센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달러당 164엔에 육박했던 엔화 가치가 일본 외환당국의 이틀 연속 시장 개입과 미국의 이례적인 지원에 힘입어 157엔대로 급반등했다. 미국은 엔저와 일본 금리 상승이 일본 투자자의 미국 국채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사실상 일본의 환율 방어를 지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지연과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재정확대 정책도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64엔 막은 日…美도 사실상 엔화 방어 지원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7월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157.20엔 부근까지 상승했다. 미 동부시간 오후 4시께 159엔대 초반이던 달러·엔 환율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약 2엔 급락했다.

전날인 30일에도 달러당 163엔 안팎이던 환율이 일본 정부와 BOJ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엔화 매수 이후 157엔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31일에도 여러 차례로 나눠 엔화를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개입 규모는 시장에서 6조~7조엔(약 55조1000억~64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일부 분석가는 최대 8조4500억엔(약 77조6000억원)에 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올해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집행된 11조7000억엔(약 107조4000억원)을 더하면 일본의 연간 외환시장 개입액은 약 18조엔(약 165조2000억원)에 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종전 연간 최대였던 2024년의 15조3000억엔(약 140조5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31일 마지막 엔화 매수는 뉴욕시장 마감을 한 시간가량 앞둔 거래가 뜸한 시간대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주요 기술적 지지선인 200일 이동평균선, 달러당 약 158엔보다 낮은 환율로 주말을 맞도록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美재무부, 시장에 이례적 개입 예고 왜?
이번 개입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미국의 움직임이다.

미 재무부는 7월 31일 뉴욕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복수의 은행에 이날 엔화 매수 개입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에 대비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금융회사에 미리 알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날인 30일에는 뉴욕 연은이 은행들에 달러·엔 거래 가격을 문의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유로·엔 거래 가격도 확인했다.

FT는 뉴욕 연은이 31일 미 재무부를 대신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미국이 엔화 가치 상승을 위해 시장에서 직접 거래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다른 외신은 같은 날 베센트 장관의 각료회의 메모에 '50억~100억달러(약 7조2300억~14조4600억원)' 규모의 엔화 매수'가 할 일 목록으로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도 31일 "미국 당국으로부터 단순한 정신적 지원을 넘어선 지원을 받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과 미국은 공식적인 공동 개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1998년 일본 금융위기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와 같은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양국이 공식적인 협조 개입을 선언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164→157엔' 日 연이틀 개입, 배후엔 美베센트?


■美가 걱정한 '일본 자금 이탈'
미국이 일본의 환율 방어를 지원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엔저와 일본 금리 상승이 미국 국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일본 생명보험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높은 환헤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국채를 보유할 유인이 줄어든다. 여기에 엔화 가치까지 하락하면 해외자산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5월 기준 1조1143억달러(약 1611조3000억원)로 전월보다 667억달러(약 96조4000억원) 감소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1월 일본 금리 상승이 최대 1300억달러(약 188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7%대, 30년물은 5.2%대로 19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연방정부 부채가 40조달러에 근접하고 연간 이자 비용도 1조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일본 자금 이탈은 미국 장기금리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

미국 측은 다카이치 내각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도 주시하고 있다. 재원 대책 없이 재정확대가 이어질 경우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가 다시 하락하는 일본판 '트러스 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양국 모두 추가 개입 의지 시사
일본 재무성은 1일 오전 2시께 소셜미디어 X에 일본어와 영어로 "일본 통화당국은 시장의 유동성 수요에 대응할 폭넓은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보유한 미국채를 담보로 미국 통화당국에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며 "질서 있는 시장 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이용 가능한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채를 직접 매각하지 않고도 외환시장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시장 일각의 '개입 실탄 고갈론'을 차단하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베센트 장관도 7월 31일 X에 "일본 경제는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강력한 관계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오랜 친구인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베센트 장관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지지하는 동시에 BOJ에 추가 금리 인상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우에다 총재는 7월 31일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해질 경우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시장은 9월 BOJ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40% 반영하고 있다.

'164→157엔' 日 연이틀 개입, 배후엔 美베센트?

■"BOJ 금리 안 올리면 개입은 응급조치"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원이 확인된 만큼 달러·엔 환율이 단기간에 다시 164엔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타카시마 오사무 씨티그룹 외환전략가는 FT에 "시장이 추가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당분간 달러·엔 환율의 상승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입만으로 엔화 약세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릭 월러스틴 클락타워그룹 수석 거시전략가는 닛케이에 "금리 인상 가속과 같은 정책 변화가 없다면 개입 효과의 지속성은 제한적"이라며 "외환시장 개입은 어디까지나 응급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BOJ가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에 가깝게 올리고 원유 가격이 안정되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5엔 부근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역시 일본의 과도한 정부부채가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라며 재정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달러당 170엔, 장기적으로는 180엔까지 엔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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