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韓 축구의 마지막 기회

파이낸셜뉴스
전상일 문화스포츠부
전상일 문화스포츠부

한국 축구가 끝을 알 수 없는 짙은 안갯속에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처참한 실패를 맛봤고, 역대 최악인 3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덩그러니 남았다. 성난 팬심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등을 돌렸으며, 축구협회 수장과 대표팀 사령탑은 불명예스럽게 퇴장한 채 나란히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 서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했다.

결국 이번 월드컵의 뼈아픈 실패와 거센 후폭풍은 일찌감치 예견된 '인재'였다. 비극의 씨앗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채 주먹구구식으로 선임을 강행했고, 그를 경질하는 과정 역시 한없이 미흡하고 불투명했다.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을 후임으로 선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권한이 없는 인물이 나서 불투명하게 후보를 추천했고, 팬들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한 것은 물론 이른바 '심야 빵집 면접' 논란 등으로 숱한 불공정 시비를 자초했다. 비정상적인 궤도에서 억지로 출발한 홍명보호가 월드컵 무대에서 실패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당장 눈앞에는 오는 10월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 2연전이 기다리고 있으며, 내년 1월에는 아시안컵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 축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전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설령 내년 아시안컵에서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더라도, 지금 가장 절실한 과제는 무너진 집의 '기본 뼈대'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협회장과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정당하고 투명한 공개채용 절차를 확립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다. 이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과정 없이는 한국 축구의 진정한 부활은 기대할 수 없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를 향한 팬들의 실망감이 분노를 넘어 냉소로 변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금 당장은 참을 수 없이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금이야말로 곪은 환부를 도려낼 적기일지 모른다. 낡은 시스템의 변화와 근본적 쇄신에 대한 강력한 국민적 공감대가 한데 모인 지금의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만약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앞으로 국가대표팀을 기다리는 것은 신랄한 질타가 아닌 싸늘한 침묵과 텅 빈 관중석의 외면뿐이기 때문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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