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한국판 나스닥은 왜 없나
코스닥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우량기업 승강제 도입,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부실기업 퇴출 강화 등이 골자다. 시장 신뢰를 훼손한 한계기업을 정리하겠다는 취지에는 당연히 공감한다. 하지만 정책을 들여다볼수록 '코스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보다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무게가 실리는 점은 아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가총액 200억원 이하 상장폐지 기준이다. 부실기업 퇴출은 필요하지만 시가총액이라는 단일 기준이 혁신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도 크게 흔들린다. 일시적인 시가총액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책이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야 한다. '200억원 아래 기업을 얼마나 퇴출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2조원 기업이 왜 코스닥을 떠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시장의 경쟁력은 성장한 기업을 얼마나 오래 품고 있느냐에서 나온다.
지금 코스닥의 가장 큰 문제는 부실기업이 아니라 성장한 기업이 머물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정 규모를 넘으면 코스피 이전상장이 당연한 수순이 되고, 코스닥은 혁신기업이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라 잠시 거쳐가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보다 낮은 시장이 아니다. 실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는 규모가 커져도 거래소를 옮기지 않는다. 거래소가 더 나은 유동성과 투자환경을 제공하며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반면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은 경쟁시장보다 승격시장에 가깝다.
중장기적으로 한국판 나스닥이 만들어지려면 시장의 서열부터 바꿔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복수시장 경쟁체제를 검토하고, 혁신기업이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규제도 불공정거래와 횡령·배임에는 더욱 엄격해야 하지만, 성장기업의 자금조달과 인수합병(M&A)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장기 자금이 유입되고 투자자가 혁신기업에 장기 투자할 환경이 갖춰질 때 시장도 성장한다.
코스닥을 살리는 길은 규제를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좋은 기업이 상장하고, 성장한 기업이 떠나지 않으며, 투자자가 기꺼이 자금을 맡기는 시장을 만드는 데 있다. 시가총액 200억원으로 시장을 정리하는 것보다 시가총액 2조원 기업이 계속 남고 싶어 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정책의 목표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판 나스닥'이 생길 수 있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자본시장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