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사관학교 통합이 쿠데타 방지책?"…李 발언에 정쟁 격화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野 의원 42명, 사관학교 통합 반대 결의안 발의
사관학교 교육체계 개편 논의가 투데타 책임론으로 변질

[파이낸셜뉴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쳐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려던 사관학교 교육체계 개편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육사 쿠데타 책임론'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이 과거 군사 쿠데타를 사관학교 통합의 이유로 직접 거론하면서,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미래전 대비와 합동성 강화라는 정책적 명분이 희석되고 여야 정쟁으로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 의원 42명은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의 '육사 쿠데타' 발언과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틀 전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군사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군사관학교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육·해·공사 통합을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하자, 야당 의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관학교 통합이 추진돼선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38명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이 참여한 이 결의안에는 '이 대통령의 육사 쿠데타 발언 철회' '국군사관학교 설립 즉각 중단과 원점 재검토' '각 군 전문성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 장교 교육체계 마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왼쪽 두번째)이 8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쿠데타' 발언과 관련해 사관학교 통합의 추진 배경, 기대 효과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방위원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임 간사, 국방위원인 같은 당 성일종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왼쪽 두번째)이 8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쿠데타' 발언과 관련해 사관학교 통합의 추진 배경, 기대 효과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방위원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임 간사, 국방위원인 같은 당 성일종 의원. /사진=연합뉴스

대선공약으로 추진했던 3군 사관학교 통합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은 사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국방부는 사관학교를 통합해 새로운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국방부가 내세운 정책목표는 미래전에서 각 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만큼 생도 단계부터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16일 국방부는 기존에 검토하던 1·2학년 통합, 3·4학년 각 군 교육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하고 육·해·공군 생도를 한 학교에서 교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간 교수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미래전과 합동작전에 필요한 교육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국방부의 발표 이후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국방부 역시 연내 입법을 목표로 제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연말까지 입법"하고 2028년 3월부터 통합 사관학교 신입생을 받겠다는 일정까지 밝혔다.

이에 대해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국민의힘 등이 국회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통합을 '졸속 추진'으로 규정했고, 사관학교 동문들은 각 군의 역사와 전통,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육사 총동창회와 예비역 장성, 학부모 단체 등은 사관학교 통합이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 '쿠데타 책임론'...국방정책을 정쟁으로

그러나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육사를 직접 거론하며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라고 지적하면서 사관학교 통합은 단순 국방부 정책이 아닌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대한민국에 군사 쿠데타가 몇 번이었느냐,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니냐"며 "책임을 물은 일이 있느냐"고 안규백 국방장관에게 물었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6일 "육사 쿠데타가 사관학교 통합의 명분이냐"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안보체계를 허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관학교 통합을 미래전 대비가 아닌 과거 육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 추궁과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했다.

육사 총동창회 역시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총동창회 측은 이 대통령이 과거 쿠데타를 이유로 현재의 육사와 육사 출신 전체를 정치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것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일부 인사의 잘못을 육군사관학교 전체의 책임으로 돌리는 연좌제적 발상이자, 그동안 정부가 통합사관학교 설립 이유로 내세운 '교육체계 개혁'과 '합동성 강화'가 정치적 보복을 위한 구실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관학교 학생들을 향해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사관학교와 군을 싸잡아 매도하고 모욕주고 억울하게 벌주려 하는 것에 상처받고 낙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힘내라. 결국 다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이구순 기자


#이재명 #사관학교 #국군사 #쿠데타 #국군사관학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