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폭우 뒤 폭염이 일상으로…'극단적 복합재난' 4.8배 늘었다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청도군에서 임시로 농업용수 사용을 위해 물엉덩이고 있다. 청도군 제공. 뉴시스
청도군에서 임시로 농업용수 사용을 위해 물엉덩이고 있다. 청도군 제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집중호우 직후 폭염이 이어지는 등 극한 기후가 연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극단적으로 심한' 복합재난 발생 일수가 과거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연평균 하루 남짓 발생했던 극단적 수준의 폭우·폭염 복합재난이 최근에는 연간 5일 이상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피스는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팀에 의뢰해 '한국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복합재난은 기후변화에 따라 가뭄·폭우·폭염 등 여러 극한 기후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며 연이어 또는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가뭄 이후 대형 산불이 발생하거나 고온과 건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 국내에서처럼 집중호우 직후 단기간에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는 현상도 복합재난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1991~2020년 30년과 최근 4년(2021~2024년)의 6~9월 '복합강도지수(CI28)'를 비교했다. CI28은 28일 동안 나타난 극한 강수량과 최고기온을 결합해 폭우와 폭염이 복합적으로 얼마나 강하게 나타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분석 결과 복합재난의 전반적인 강도는 최근 4년간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1991~2020년 CI28 중앙값은 0.55였지만 2021~2024년에는 1.65로 상승했다. 일부 극단적인 사례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복합재난의 전반적인 강도 자체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김 교수팀은 "폭우와 폭염 같은 두 가지 현상이 함께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복합적으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복합재난이 구조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재난의 강도가 극심할수록 발생 일수 증가 폭도 컸다. 연구팀이 과거 30년의 CI28 상위 10%(P90), 5%(P95), 1%(P99)를 기준으로 최근 발생 일수를 비교한 결과, 상위 10% 수준의 복합재난은 연평균 12.2일에서 25일로 약 2배 늘었다. 상위 5%는 5.5일에서 14.2일로 2.6배 증가했다.

가장 극단적인 상위 1% 수준의 복합재난은 연평균 1.1일에서 5.2일로 4.8배 급증했다. 과거에는 1년에 하루 정도 겪을 정도로 드물었던 극단적 복합재난이 최근에는 연간 닷새 이상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1년에 하루 정도였던 극단적 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난 것"이라며 "매우 드물게 발생하던 극단적인 재난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도 전국에서 복합재난 강도가 높아졌다. 특히 충청북도와 강원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4년간 복합재난 강도가 과거 30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폭우와 폭염이 별개의 재난이 아니라 같은 대기 순환 시스템에서 연이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국과 일본 등 몬순 기후권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 직후 폭염으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패턴이 최근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남아시아저기압, 몬순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형성된 정체전선이 집중호우를 일으킨 뒤, 정체전선이 소멸하면서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북상하면 하강기류가 발달하고 지표 온도가 상승해 폭염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같은 대기 순환 시스템이 불과 2주 안팎에 호우를 유발하는 구조에서 폭염을 유발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우에서 폭염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전환 역시 심화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개별 재난을 중심으로 한 기존 대응체계를 복합재난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원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로 재난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폭우나 산불 등 한 가지 재난에만 대응하는 현 체계로는 복합재난을 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고려한 사전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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