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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SK하닉의 '고3 수험생들'

파이낸셜뉴스
조은효 산업부 부장
조은효 산업부 부장

경기 이천의 SK하이닉스 상무 이상 임원은 오전 6시30분이면 업무 세팅이 완료된다. 더 부지런한 사람은 6시면 출근한다. 임원이 6시 출근이니, 그 밑에 팀장도 비슷한 시간에 출근한다. 퇴근 시간은 오후 9~11시다. 업무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이른 오전부터 심야시간대까지 연구개발(R&D), 제조 등 각 영역별로 사실 전쟁터나 다름없다. 임원과 일부 팀장들은 업무가 끝난 후 사내 기숙사로 향한다. 밤 늦은 시간, 식구들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려면 장거리 운전을 해서 귀가하고, 새벽 4~5시에 일어나 출근길에 나선다.

임원·간부급 이하 팀원들의 업무 강도는 이보다 덜하겠으나, R&D 등 핵심 인력들은 사실상 주6일 체제다. 고3 수험생 수준이다.

삼성전자 역시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산업계 한 인사는 "반도체 공장은 연중무휴, 24시간 체제"라며 "경쟁사를 꺾고 세계 1위를 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장한 것처럼 "주52시간 예외 없이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한해 주52시간 예외를 주장하며, 중국의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6일 근무)을 언급했다. 이미 한국 수도권 반도체벨트는 886(오전 8시 출근, 오후 8시 퇴근, 주6일 근무) 내지는 796 그 이상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주52시간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이 개인용무 시간까지 쪼개서 일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R&D 분야에 대해선 예외를 허용해 달라는 현장의 요구에 귀기울여 달라는 얘기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만 주52시간을 허용하고 용인, 기흥, 평택, 이천, 청주 등은 제외한다는 논리도 이상하다. 호남만 '속도전'이란 말인가.

대한민국의 최대 전략자산인 반도체 산업을 향한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반도체 패권을 지켜낼 골든타임도 몇 년 남지 않았다.

몇 해 전 구글 맵에도 잘 나오지 않는 독일의 작은 마을을 찾은 적이 있다. 독일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험생산 공장 완공식이었다. 놀라운 점은 작은 파일럿(시험생산) 공장 하나를 보겠다며 올라프 숄츠 당시 독일 총리까지 한달음에 날아왔다는 것이다. 허물어져가는 주력산업을 지켜내기 위한 사투로 비쳤다.

무너진 경쟁력은 정치적 의지만으로는 쉽게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기술전쟁의 시기다. '주력산업을 대하는 자세'부터 고민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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