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임대료 싸게 주다 소송 걸릴 판"...세제개편 잡음 더 커진다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임대사업자 세금 혜택 축소에
"어쩌나" 현장선 혼란 가중
계약 건수마다 상황 달라
갱신권 못 쓰는 상황도

지난 6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뉴시스
지난 6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전용면적 77㎡ 아파트를 보유한 등록임대사업자 A씨. 올해 11월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지만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현재 임차인과의 계약 만료일이 내년 7월인데, 가격이 저렴해 임차인이 이미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통보한 것이다. 재계약을 하면 2029년 7월까지 계약을 유지해야 하지만 A씨는 정부 세제개편안에 담긴 '단계적 세금 혜택 축소'로 아파트를 팔아야 하는 처지다. A씨는 "자녀를 실거주하게 해서 임차인을 억지로 내보내야 하는데, 실거주를 얼마 하지 않고 매도한 사실을 알게 되면 임차인으로부터 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의무 기간 만료 임대사업자의 세금 혜택 축소' 내용이 담기면서 현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 올해 말소된 임대사업자는 내년 말까지 아파트를 양도해야 기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세입자 계약이 남아 있는 데다 조건에 맞는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아서다. 사업자마다 상황이 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 등록임대 끝나도 '4년 더 산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등록이 말소된 조정대상지역 등록임대 아파트에 적용하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 50% 혜택을 축소·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 말소되는 사업자는 내년 말까지, 내년부터 말소되는 사업자는 의무 임대 종료 후 1년 이내에 팔아야 기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말소된 매입임대사업자가 2028년에 양도하면 중과세율은 배제에서 2분의 1로 늘고, 장특공제는 50%에서 30%로 줄어든다.

특히 등록임대 종료 직전 계약이 끝나는 사업자들의 고민이 크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을 하는 B씨는 2020년 3월 8년 임대주택으로 등록을 마쳐 2028년 3월 임대의무기간이 끝난다. 문제는 거주 중인 세입자의 계약 종료일이 2028년 1월이라는 점이다. 종료일이 의무기간보다 2개월 앞선 탓에 2030년 1월까지 재계약을 해야 한다. B씨에 따르면 임차인은 이후 계약갱신청구권까지 사용해 2032년 1월까지 거주하겠다고 했다. 임대 종료 이후 약 4년을 시세 이하로 공급하는 셈이다.

말소 후 1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크다. B씨는 "시세대로 세를 받지도 못하고 임대는 싸게 주면서 등록은 말소돼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도 안 된다"며 "보유세도 더 내야 할 판"이라고 했다.

■ 임차인들 '주거권 보장'에도 불똥
임차인들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집주인과 직계가족이 들어와 실거주할 경우 다른 거주지를 알아봐야 하는 데다 지금 사는 아파트가 언제 팔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 시 실거주 의무 조항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서울에서 의무 임대기간이 종료되는 아파트는 4만5713건이다. 조정대상지역인 경기도 15곳까지 넓히면 그 수는 더 확대된다. 개별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현장 혼란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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