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부담에 몸 사리는 건설사…'압여목성' 10곳 중 1곳만 '경쟁 입찰'
수주 실패 땐 출혈 커 경쟁 시들
목동·여의도에선 경쟁 수주 전멸
대부분 홀로 응찰해 수의계약 수순
서울 정비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경쟁이 자취를 감췄다. 선정에 실패하면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8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에서도 경쟁 수주는 13%에 그쳤다.
26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쳤거나 선정이 가시화된 압여목성 사업지 15곳을 분석한 결과, 경쟁 수주가 이뤄진 곳은 2곳에 그쳤다. 압구정 5구역에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성수 4구역에서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맞붙어 각각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목동과 여의도에서는 아직 경쟁 수주가 없었다. 목동은 6·10·12·13단지가 시공사 선정을 마쳤거나 앞두고 있다. 6단지는 DL이앤씨가 일찌감치 수주했고, 10단지는 현대건설 수주가 유력하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1차 본입찰에 단독 응찰해 한 차례 유찰됐고, 19일 2차 현장설명회에도 단독으로 참석했다. 통상 입찰에 참여하려면 앞서 열리는 현장설명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여의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25일 입찰을 마감한 시범아파트에는 삼성물산만 응찰해 자동 유찰됐다. 경쟁입찰은 건설사 두 곳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하며, 2차 입찰에서도 성립하지 않으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인근 목화아파트도 첫 입찰에 이어 재입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만 참여해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해졌다. 업계는 삼성물산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10년대만 해도 활발했던 시공사 선정 경쟁이 시들해진 배경으로는 건설 경기 악화와 선정 실패에 따른 비용 부담이 꼽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경쟁으로 얻는 이점보다 수반되는 비용 문제가 더 크다"며 "입찰 보증금, 영업 인력 유지, 마케팅 비용 등이 대거 투입되는데 탈락하면 그대로 매몰비용이 된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건설사들이 보수적 기조로 돌아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사업지별 유불리를 따져 이득을 볼 수 있는 곳만 골라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선호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가 참여 의사를 보이면 다른 건설사들은 일찌감치 발을 뺀다"며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사업지가 아니면 경쟁을 피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진출할 사업지를 미리 정해놓고 수주에 나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이 붙어야 공사비를 낮추고 더 나은 조건을 받아낼 수 있는데, 수의계약에서는 요구 사항을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 대부분이 경쟁 입찰을 원하지만 입찰을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