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까지 뚫렸다…FBI "북한 IT 인력 위장취업 적발"
가짜 신분·원격근무로 민간기업 넘어 공공부문까지 침투
정부 시스템 접근·정보 탈취 등 안보 위협 우려
美 등 11개국 공동 경보…의회도 위장취업 차단법 추진
[파이낸셜뉴스]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이 신분을 속여 미국 연방정부 관련 업무까지 맡은 사실이 적발됐다. 미국 기업에 원격근무자로 위장 취업해 외화를 벌어들이던 북한의 수법이 민간을 넘어 미국 정부 영역까지 파고든 것이다. 미국 당국은 북한 IT 인력이 급여를 벌어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 시스템과 내부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까지 경계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뉴스네트워크에 따르면 토드 헤먼 미국 연방수사국(FBI) 사이버역량 담당 부국장은 지난달 2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지난주 연방정부를 위해 일하고 있는 북한의 원격 IT 근로자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북한 IT 인력의 연방정부 관련 업무 수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헤먼 부국장은 구체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북한 IT 인력이 어느 연방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해당 기관의 절차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내게는 다소 당혹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북한 IT 인력의 위장취업이 정부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간단히 답하면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민간 부문의 피해 규모가 정부보다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북한 IT 인력이 연방정부에 직접 채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방정부 직원은 통상 광범위한 신원조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외부 업체를 통해 정부 사업에 참여한 계약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는 이미 발생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던 민 푸엉 응옥 봉은 중국에 있는 외국 IT 인력이 미국인인 것처럼 위장해 미국 기업에서 원격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15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허위 학력과 경력을 이용해 미국 기업에 취업한 뒤 미국에 있는 컴퓨터와 접속 정보를 해외 근로자가 이용하도록 했다. 최소 13개 미국 기업에서 일감을 확보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에도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법무부는 당시 중국에서 미국 정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IT 인력의 위장취업이 위험한 것은 단순한 외화벌이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신분을 속여 조직 내부에 들어간 IT 인력은 정상적인 직원이나 계약업체 직원에게 부여되는 시스템 접근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부 자료 탈취나 악성코드 설치 등 사이버 공격의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해외에 수천명의 고숙련 IT 인력을 보내 웹사이트 제작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원격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 국적을 숨기고 다른 나라 사람으로 위장해 일감을 확보하며 벌어들인 외화를 북한으로 보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등은 지난달 31일 공동 주의보를 내고 북한 IT 인력이 허위 신원을 이용해 해외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은 북한이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위장취업 수법을 한층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각국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 IT 인력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가짜 이력서와 신분 정보를 만들고 면접 과정에서도 신원을 속이는 방식이다.
해외에 있으면서 미국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미는 '노트북 농장'도 대표적인 수법이다. 미국 내 공범이 기업에서 지급받은 노트북을 보관한 뒤 북한 IT 인력이 해외에서 원격으로 접속하도록 해 미국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방식이다.
미국 당국은 이 같은 위장취업 조직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 가운데 하나로 보고 수사와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북한의 해외 IT 인력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2024년에만 약 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 의회에서도 북한 IT 인력이 미국 기업과 기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신원 확인과 고용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