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1호' 성남 수진1구역, 대출 막혀 이주 두달 연기
정부 정책·금융 규제 간 엇박자
공공까지 대출 총량관리에 묶여
3조원대 대형 사업장 이주비 차질
LH "이주비 추가 재원 확보 총력"
민간 정비사업에 이어 공공재개발 사업에서도 이주비 대출 문제로 사업 일정이 미뤄지는 사례가 나왔다. 공공이 직접 참여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사업장까지 금융 규제의 영향을 받으면서 공공 주도 공급 확대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경기 성남시 수진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의 이주를 올해 4·4분기로 공지했다. 당초 오는 8월 20일 이주를 예고했으나 10월로 늦춰진 것이다.
이주 일정이 미뤄진 것은 이주비 대출을 계획만큼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LH는 수진1구역 이주비로 약 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으나 약 1500억원(25%)이 부족하자 이주를 미뤘다.
배경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총량관리를 강화하면서 금융권이 이주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기존 집에서 나와야 하는 조합원의 이주 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이다.
이주가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임대 가구는 이미 이주 일정에 맞춰 세입자가 이사할 집을 구하거나 집주인과 보증금 반환을 협의해 놓은 경우가 있어 일정 변경에 따른 혼선이 커지고 있다. 주거이전비 대상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이주명령이 시작되기 전에 이사하면 주거이전비를 언제 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LH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진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은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963 일대에 지하 7층∼지상 15층, 60개 동 규모로 아파트 4844가구와 오피스텔 216실 등 5060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3조원을 웃돈다. 수진1구역은 LH가 시행자로 참여한 재개발 사업지 중 처음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이다. 성남시 내 LH 공공재개발인 신흥1구역(3754가구)도 지난해 12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고 관리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이 사업에 참여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수진1구역은 제도 취지에 맞춰 빠르게 사업을 진행해온 대표적인 사업장이지만, 정작 주택 공급의 마지막 관문 중 하나인 이주 단계에서 금융 규제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정부가 민간 정비사업뿐 아니라 공공이 직접 참여하는 공급 사업까지 일률적인 대출 총량관리로 묶으면서 공급 확대 정책과 금융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주도 사업까지 이주비 조달에 제약을 받으며 주택 공급의 핵심 단계인 이주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LH는 이주비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방문하는 등 추가 재원 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 우선 4500억원 규모의 이주비라도 먼저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을 HUG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LH 관계자는 "현재 은행 2곳이 제안서를 접수한 상태로, 1곳만 더 입찰에 나서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신속하게 재공고를 진행하고 금융기관과 밀접히 협의해 최대한 빠르게 이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