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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취하지 않는 사회

파이낸셜뉴스
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회식 자리의 대명사였던 '원샷'과 '취해야 제맛'이라는 한국의 음주 문화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술을 못 마시는 이들의 대체재에 불과했던 무알코올·논알코올 음료가 이제는 주류(酒類) 시장의 주류(主流)로 올라섰다. 단순한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음주 문화와 식품 산업의 판도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무·논알코올 음료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소비 주체인 MZ세대의 가치관 변화다. 이들은 술이 주는 '취기'가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분위기'와 다음 날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지속 가능성'이다. 술을 마시지 못해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무알코올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 국내 무알코올·논알코올 시장 규모는 2014년 약 81억원에서 2023년 6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이달 현재 1000억원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주류업계도 무·논알코올 맥주와 저도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브랜드 라인업에 무알코올 제품을 메인으로 전진 배치하며 전체 매출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초기 무알코올 음료는 탄산수에 맥주 향을 섞은 듯한 밋밋한 맛으로 외면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식품 기술의 발전은 이 공식을 깨뜨렸다. 맥주와 동일하게 발효 과정을 거친 뒤 알코올만 정밀하게 추출·제거하는 '여과 공법'과 특수 효모 기술이 도입되면서, 일반 맥주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풍미와 풍성한 거품을 구현해 냈다.

시장 확대에 따른 제도적 보완은 해결 과제다. 소비자가 느끼는 라벨링의 혼선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알코올 도수 1% 미만은 '음료'로 분류된다. 이때 알코올이 전혀 없는 제품(0.00%)은 '무알코올'이고, 1% 미만의 미량의 알코올이 함유된 제품은 '논알코올'로 구분된다.

자칫 임산부나 알코올 민감자가 '논알코올' 글자만 보고 마셨다가 미량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는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직관적이고 표준화된 표기 정립과 소비자 인식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다.

취하지 않아도 즐거운 시대라고 하지만, 알코올 기운 살짝 올라올 때 나오는 그 특유의 흥과 진솔함은 또 따로 있다. 가끔은 적당한 취기 속에서 나누는 속 깊은 대화와 술 한잔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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