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마약 동아리 깐부' 의사·회원 공소기각 확정...대법원 "검찰 수사 위법"
대법원 1부, 마약 투약 혐의 의사 이모씨·회원 배모씨에 공소기각 원심 확정
1심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했으나, 2심 "경찰 송치 사건과 직접 관련성 없어" 판단
[파이낸셜뉴스] 수도권 13개 유명 대학교 재학생들이 연루된 이른바 '명문대 마약 동아리' 회원과, 이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뒤 환자를 수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에게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됐다. 피고인들의 범죄 실체와 무관하게, 검찰이 경찰 송치 사건의 범위를 넘어 무리하게 수사를 개시해 공소 제기 절차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모씨(36)와 동아리 회원 배모씨(24)에게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명백히 벗어나 공소 제기 절차가 위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공소기각은 검사의 공소 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소송 조건이 결여된 경우, 법원이 사건의 유·무죄 등 실체적 진실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판결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수도권 13개 유명 대학교 재학생을 중심으로 결성된 연합동아리 '깐부'의 집단 마약 스캔들이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말부터 약 1년 동안 집단으로 마약류를 유통하고 투약한 것으로 지목됐다. 해당 동아리 회원 중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 재학생은 물론,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등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임상강사로 근무하던 이씨는 2023년 10월부터 같은해 11월 사이 동아리 회원 배씨와 함께 동아리 회장 염모씨(33)로부터 마약류를 구입해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마약류 투약 당일 환자 7명의 수술을 직접 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씨 역시 2023년 2월부터 12월까지 염씨로부터 마약류를 매수하고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이들의 범죄 사실을 심리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2024년 12월 의사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동아리 회원 배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투약 당일 수술을 진행한 의사의 행위 등 죄질을 가볍지 않게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열린 2심은 하급심의 판단을 완전히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유·무죄의 실체를 따지는 대신 검찰의 수사 개시 절차에 제동을 걸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핵심 쟁점은 현행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였다.
당초 경찰은 다른 피의자들의 마약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송치 기록에는 배씨나 이씨의 범죄 사실이 아예 포함돼 있지 않았고, 이들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으로조차 특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사가 송치 사건을 수사하던 중, 또 다른 공범이 자수서를 제출하며 "배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검찰은 이 진술을 단서로 배씨와 이씨를 직접 인지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2심 재판부는 검찰청법 제4조제1항제1호 규정을 들어 검찰의 수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부패범죄 등 일부 중요 범죄를 제외하면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서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의 범죄와 당초 송치된 사건의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수사 연장선에서 범죄를 인지한 것이 아니라, 송치 사건과 무관한 '다른 피의자의 자수'라는 완전히 별개의 수사 단서에 기초해 수사가 개시됐다는 지적이다. 직접 관련성이 없는 사건을 검사가 무리하게 인지해 수사한 것은 법률이 정한 수사권 개시 한계를 일탈한 것이며, 이에 터 잡은 공소 제기 역시 무효라는 엄격한 법리 해석이다.
한편, 해당 마약 스캔들의 주범 격인 동아리 회장 염씨는 이들과 별도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으며,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최종 확정받았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