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북방영토 첫 방문에 日 발칵 "절대 수용 못해"
푸틴, 에토로후섬 수산시설 시찰
日외무상 "역사·국제법상 일본 땅"
러 대사관 관계자 불러 공식 항의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 첫 북방영토 방문에 "일본 고유의 영토에 대한 입장과 배치된다"며 강력 항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를 이어온 일본을 압박하는 동시에 북방영토에 대한 실효 지배를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외무성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에토로후섬을 방문했다는 보도를 접했다"며 "에토로후섬을 포함한 북방 4개 섬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이번 방문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중 주일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공식 항의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도 "북방 4개 섬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반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의 입장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내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실제 방문을 강행한 데 대한 당혹감도 감지됐다. 한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NHK에 "푸틴 대통령의 움직임을 주시했지만 정말 북방영토를 방문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러시아 측의 의도 분석과 필요한 대응 검토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외무성 관계자는 "현직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은 사안의 무게가 다르며 매우 유감스럽다"며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존 입장을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에도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본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며 "러시아가 흔들기를 시도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실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북방영토 가운데 하나인 에토로후섬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현지 수산물 가공시설의 생산라인을 시찰하고 연어알 등을 시식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방영토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최고지도자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이 2010년 구나시리섬을 찾은 것이 첫 사례다.
이후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과 미하일 미슈스틴 현 총리 등이 북방영토를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직접 찾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1월 북방영토에 대해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반드시 방문할 생각"이라며 방문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이번 방문 전날 러시아 태평양함대 훈련을 시찰하면서 "러시아가 도발하지 않았는데도 일본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구실로 우리에게 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에토로후·구나시리·시코탄·하보마이군도 등 북방 4개 섬을 자국 고유 영토로 규정하고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말인 1945년 이들 섬을 점령한 뒤 현재까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양국은 2018년 정상회담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하보마이군도와 시코탄섬을 일본에 넘긴다는 1956년 일·소 공동선언을 토대로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영유권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러시아는 2022년 일본의 대러 제재에 반발해 평화조약 협상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이후 블라디보스토크와 에토로후섬을 잇는 직항 노선을 개설하고 고위 관료를 잇달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북방영토 지배권 강화에 속도를 내왔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일본이 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옛 섬 주민들의 성묘와 교류사업 재개는 물론 평화조약 협상도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