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주거사다리 '밑단'…정부, 비아파트 공급에 규제·대출·세제 풀었다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 8·13 대책, 다세대·다가구 면적·층수 완화하고 대출·세제 지원 반영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 13만호 착공 지원…오피스텔 용도전환도 확대
전세사기 막을 사업자 관리·보증금 보호, 기존주택 주택수 문제는 과제로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아파트에 비해 공급 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연립·다세대·다가구와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공급 확대에 나선다. 건물을 더 넓고 높게 지을 수 있도록 건축 규제를 풀고 건설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신축 비아파트를 사들이는 임대사업자의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특히 소형 신축 비아파트를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2028년까지 연장한다.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기반 자체를 다시 살리기 위해 건축규제부터 공급금융, 매입금융, 세제까지 한꺼번에 손보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23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동시에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 13만호 착공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공급 대책에 많은 고민을 한 게 느껴졌다. 비아파트를 일반주택이라 표현한 게 대표적"이라며 "아파트와 비아파트로 칭하면서 우등재와 열등재로 구분한 것부터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시엔 아파트도 필요하고 비싼 집도 있어야 하지만, 일반주택과 싼 집도 있어야 한다"며 "생애주기에 맞춰 주거 상향을 하면서 살아가도록 마련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파트보다 공급 부진 장기화된 비아파트…청년 주거사다리 '비상'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출처=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출처=국토교통부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을 별도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아파트와 달리 연립·다세대 등의 공급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 일반주택(비아파트) 착공은 2023년 1만8000호에서 2024년과 2025년 각각 1만4000호에 그쳤다. 2025년 착공량은 최근 10년 평균인 5만6000호의 25% 수준이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착공은 2022~2023년 급감한 뒤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비아파트가 청년과 서민에게 여전히 중요한 주거 공간이라는 점이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서울 20~30대 가구 가운데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주택 거주 비중은 67.9%에 달한다. 정부는 신축 일반주택 감소가 이어질 경우 청년·서민의 주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연립 등 일반주택의 매매·전세·월세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공급 회복 지연이 수급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26일 발표한 일반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오는 9월부터 본격 시행하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추가 규제 완화와 금융·세제 지원책을 얹기로 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사업부 전문위원은 "비아파트 공급이 아파트 위주의 수요 분산 효과는 없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다"며 "아파트 전·월세 상승을 억제하면 집값 상승으로 번지는 걸 막는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자금이 부족한 청년신혼 부부에게 양질의 비아파트 임대를 통해 주택 마련에 대한 조급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60㎡ 빌라 1000㎡까지…다가구는 한 층 더 올린다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출처=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출처=국토교통부

우선 다세대·다가구를 더 넓고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한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건축면적 제한은 현재 660㎡에서 1000㎡ 미만으로 확대한다. 동일한 면적을 여러 동으로 나누지 않고 한 동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해 공용부를 효율화하고 전용면적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가구주택의 층수 제한도 현행 3개층에서 4개층 이하로 완화한다. 국토부는 한 층을 추가로 공급하면 같은 대지에서 기존보다 약 33% 많은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다세대를 지을 경우에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변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면 현재 5개층에서 최대 6개층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령도 개정 중이다.

일조권 규제도 완화한다. 지금은 건물 높이에 따라 상층부를 뒤로 물려 사선 형태로 건축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앞으로는 통상 다세대·다가구의 4~5층 부분도 일정 범위에서 수직으로 건축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용적률 상한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중·대규모 대지의 노후 단독주택 등이 증축이나 재건축될 경우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세대 건물 내 주민공동시설에 대해서도 용적률 산정 기준을 완화해 주거환경 개선을 유도한다.

김덕례 연구실장은 "주차장 등 공공 인프라를 확충해 비아파트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며 "층수도 '왜 4층인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왕이면 좀 더 올리면 좋았을 듯 싶다"고 말했다.

건설자금 7000만→9000만원…임대사업자 LTV도 최대 60%

돈줄도 푼다. 다가구·다세대 건설자금 대출한도는 현행 7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높이고 금리는 3.5%에서 3.2%로 인하한다.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하는 임대사업자의 대출규제도 완화한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매매·임대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LTV가 0%이다 보니 신축 일반주택을 사거나 일반주택 신축을 위해 철거 예정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 주택매매·임대사업자가 준공일로부터 1년 이내 신축 일반주택을 최초 매입하면 LTV를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까지 적용한다. 민간임대주택법상 등록임대사업자가 매입할 경우에는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LTV 60%까지 허용한다.

일반주택을 새로 짓기 위해 멸실 예정 주택을 사는 경우에도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LTV를 60%까지 적용한다. 다만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 안에 해당 주택을 철거해야 한다.

'주택수 제외' 2028년까지…추가 연장도 검토

비아파트 매입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 특례도 연장한다.

현재 개인이 일정 요건을 갖춘 소형 신축주택을 사면 취득세·종부세·양도세를 계산할 때 해당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가 시행되고 있다. 당초 2027년 말 종료할 예정이던 걸 2028년 12월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대상은 2024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준공된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격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의 신축주택을 같은 기간 최초 구입하는 경우다. 일반 아파트는 제외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인 아파트는 포함된다.

PF 지원도 비아파트는 아파트와 함께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경기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주거시설이 2027년까지 착공하면 PF 대출금리의 1%포인트, 2028년 착공하면 0.5%포인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정에서 지원한다. 주거시설 범위에는 아파트 뿐 아니라 연립·다세대·다가구와 오피스텔·고시원 등도 포함돼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비아파트는 아파트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는 만큼 공급자에게 혜택을 줘야한다. 주택 수 제외를 최소 3년 연장하는 쪽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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