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물 국채금리 5.22%…25년 만에 최고 조달비용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정부가 3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면서 25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를 부담했다. 40조달러에 육박한 국가부채에 이란 전쟁과 관세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사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국방비보다 이자 비용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가운데 고금리까지 장기화하면서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실시한 250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가 5.22%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 8월 5.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년물 낙찰금리는 지난 7월 5.06%에서 한 달 만에 0.16%p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4.91%와 비교하면 0.31%p 높다.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국의 빠른 부채 증가가 꼽힌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현재 40조달러에 육박한다. 코로나19 당시 대규모 재정지출 등의 영향으로 지난 10년간 국가부채와 정부의 차입 비용은 모두 약 두 배로 늘었다. 현재 미국 정부는 국방비보다 국가부채 이자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겠다고 공언하며 지난해 백악관에 복귀했지만 이후 명목 국가부채는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감세를 담은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도 재정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민간이 보유한 연방정부 부채는 올해 1·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30년까지 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한 106%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2036년에는 1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도 장기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물가 압력이 겹쳤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4.2%까지 올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에는 3.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인 2%를 크게 웃돈다.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30년 동안 고정된 이자를 받는 장기 국채를 보유하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다. 국가부채 증가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높은 금리는 국채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날 30년물 입찰의 응찰률은 2.39배로 지난달 2.44배보다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재무부는 장기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 장기물 발행 규모를 당분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늘어나는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단기 국채 발행에 더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