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2909채 쌓이고 관광객 8만4000명 줄었다… 제주경제 '이중 한파'
준공후 미분양 2339호 역대 최대
전체 미분양 중 준공후 비중 80.4%
건설수주 급증에도 허가·착공 감소
7월 관광객 8만4000명·내국인 9만명 감소
제주상의 "체감 회복까지 시간 필요"
민간수요 회복·확산이 경기 반등 관건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경제의 두 축인 건설과 관광이 동시에 식고 있다. 6월 건설수주는 공공·토목 발주에 힘입어 1년 전의 19배 수준으로 뛰었지만 민간 주택경기를 가늠하는 건축허가와 착공은 각각 55.8%, 18.9% 줄었다. 미분양 주택은 2909호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다 지은 뒤에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이 2339호로 전체의 80.4%를 차지했다.
공공수주가 통계상 건설경기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민간 주택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관광객 감소는 소비와 서비스업 고용까지 번지고 있다. 제주경제의 반등 여부는 결국 공공부문의 온기가 민간수요 회복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느냐에 달렸다.
16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와 국토교통부,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경제는 공공수주와 고용 지표의 개선에도 관광객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항공 공급여건 개선과 추경 집행이 경기 하방 압력을 일부 덜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 수주 19배 뛰었지만 허가·착공은 뒷걸음
제주지역 건설지표에는 극단적인 온도차가 나타났다. 6월 제주지역 건설수주액은 573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806.5% 증가했다. 약 19.1배 수준이다. 공공 부문이 1840.5%, 토목 부문은 2699.5% 급증하며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다.
반면 같은 달 건축허가면적은 55.8%, 건축착공면적은 18.9% 각각 줄었다. 주거용으로 좁히면 허가가 49.1%, 착공이 49.0% 감소했다. 건설현장 투입 물량과 밀접한 레미콘 출하량도 13.2% 줄었다.
건설수주액은 건설사가 새로 계약한 공사 금액이다. 대형 공공·토목사업의 발주 시점에 따라 월별 수치가 크게 움직일 수 있고, 수주가 실제 착공과 공사대금 지급으로 이어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수주액 하나만으로 민간 건설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주택시장에서는 미분양 부담이 더 커졌다. 6월 말 제주 미분양 주택은 2909호로 한 달 전보다 105호(3.7%)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더 심각한 지표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사용승인을 받아 입주할 수 있는데도 팔리지 않은 주택이다. 제주지역 준공 후 미분양은 2339호로 전체 미분양의 80.4%에 달했다. 한 달 동안 74호, 올해 상반기에만 309호 증가했다. 비수도권 전체 준공 후 미분양 2만5091호의 10% 가까이가 인구 70만명 안팎인 제주에 쌓인 셈이다.
현장의 체감경기는 수주 증가율과 거리가 있다. 고성기 대한주택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장은 제주 주택업계 상황에 대해 "미분양 증가와 건축자재·인건비 상승, 부동산 PF 자금경색이 겹치면서 착공 지연과 공사 중단 등 경영여건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PF는 사업 자체의 미래 수익성을 토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말한다. 분양이 부진하면 자금 회수와 추가 조달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도내 건설업계가 지난 13일 제주도의회에 다시 수주 확대를 요청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제주도회, 대한주택건설협회 제주도회 등 8개 건설단체는 제주 제2공항 등 핵심 사업의 적기 추진과 공공공사 분할발주, 지역의무공동도급 확대, 지역업체 하도급 참여율 제고 등을 건의했다.
전체 건설수주가 1800% 넘게 뛰었는데도 업계가 지역업체의 일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 발주의 증가가 지역 건설업체 전반의 체감 회복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 미분양 800호 '상생프로젝트'… 실제 계약이 관건
제주도는 미분양 적체를 줄이기 위해 지난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 주택 상생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민간 사업주체가 할인분양과 잔금 유예, 가전제품 제공 등의 혜택을 내놓고 제주도가 취득세 지원 등 공공 혜택과 묶어 홍보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준공 후 미분양이 10호 이상인 23개 사업장과 협의한 뒤 8개 사업장을 최종 선정했다. 8개 사업장의 전체 1330호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800호가 사업 대상이다.
정책 효과를 판단할 다음 지표는 홍보 물량이 아닌 실제 계약 물량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제주도 상생프로젝트 자료에는 8개 사업장 800호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연결된 누적 실적이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시장 전체의 방향도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준공 후 미분양은 4월 2201호에서 5월 2265호, 6월 2339호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다만 상생프로젝트가 6월 시작된 만큼 6월 말 통계만으로 효과를 단정하기도 이르다. 앞으로 사업장별 계약과 잔여물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정책 성과를 가를 핵심 지표다.
■ 관광객 8만4000명 감소… 소비·서비스업도 냉기
건설과 함께 제주경제의 양대 축인 관광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제주 관광객은 122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4000명 감소했다. 내국인은 96만3000명으로 9만명 줄었다. 외국인은 26만5000명으로 6000명 늘었지만 증가폭은 6월 1만8000명에서 크게 축소됐다.
교통 공급도 영향을 줬다. 7월 제주공항 국내선 운항편은 전년 동월보다 156편 줄었고 국제선은 110편 늘었다. 크루즈는 운항편수가 6편, 승객은 1만1000명 감소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항공료 부담 등이 내국인 관광객 감소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광객 감소는 관광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6월 제주지역 가맹점에서 내국인 관광객이 쓴 신용카드 금액은 전년 동월보다 1.5% 줄었다. 대형마트 판매는 10.8% 감소했다. 2·4분기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도 2.3%로 1·4분기 7.0%에서 둔화됐고, 서비스업생산지수는 3.0% 감소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8로 한 달 전 104.6보다 3.8포인트 떨어졌다. 관광객 감소와 소비심리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셈이다.
고용도 전체 숫자와 업종별 체감이 엇갈렸다. 7월 제주 취업자는 41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만1000명 증가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7000명 늘었다.
반면 서비스업 취업자는 3000명 줄었다. 특히 관광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7000명 감소했다. 전체 고용률은 72.0%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관광·내수 현장의 일자리에는 냉기가 남아 있다.
■ "체감 회복까지 시간"… 공공의 온기 민간으로 이어져야
지역 경제계도 '통계와 체감경기 사이의 간극'을 경계하고 있다. 양문석 제주상공회의소 회장은 '2026년 제주경제지표'를 내놓으면서 제주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도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건설경기를 제주경제의 핵심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건설업은 제주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라며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관광산업을 제주 기반산업으로 규정하고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설 부진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재·장비·고용·지역상권으로, 관광 부진은 숙박·음식·유통과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산업의 동반 부진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반등 신호도 있다. 8월 1~11일 제주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000명 늘었다. 내국인이 4000명, 외국인이 1만명 증가했다.
제주도도 4615억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소비 촉진과 소규모 민생공사, 관광객 유치, 소상공인 지원 등에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여름 성수기 항공 공급여건 개선과 추경 집행이 경기 하방 압력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공공부문에서 만들어진 반등이 민간 수요로 얼마나 빠르게 옮겨가느냐다. 건설수주 1806.5% 증가가 실제 착공과 지역업체 일감으로 이어지고, 상생프로젝트 800호가 계약으로 연결돼야 한다. 관광객 반등도 숙박·음식·유통 매출과 서비스업 고용 회복으로 확산돼야 한다.
미분양 2909호와 관광객 8만4000명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제주경제에는 지금 '공공수주의 온기'보다 이를 받아줄 '민간수요의 회복'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