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데려간 8개월 현수… 오뚝이와 놀던 모습 생생"[잃어버린 가족찾기]
母 김정우씨 "다른 집에 맡긴 뒤 사라져"
1978년 생이별… 50년간 끝없는 기다림
유전자 등록 마쳤지만 소식 없어 눈물만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만나야 할 텐데…."
1978년 3월 1일, 생후 8개월 된 아들 안현수씨(현재 나이 49)를 다른 집에 맡겼던 어머니 김정우씨는 약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혹시라도 아들이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유전자 등록을 마쳤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아들이 사라진 것은 남편과의 갈등이 깊었던 시기였다. 집을 자주 비우던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지인이 아이를 키워주기로 했다"며 안씨를 데려갔다. 그러면서 김씨에게는 아들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까지 적어달라고 했다.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떠난 뒤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한달가량 지나 안씨를 보러 찾아간 김씨는 아들을 만날 수 없었다. 안씨를 맡겼다는 집에서는 "다른 집에 보냈다"는 말만 들었다. 당시에는 실종아동 신고 제도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고, 남편이 직접 아이를 데리고 갔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결국 자신의 발로 아들을 찾아 나섰다. 생계를 위해 떡을 팔면서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어린아이를 볼 때마다 혹시 안씨가 아닌지 눈여겨봤고, 남편과 닮은 아이를 마주칠 때면 혹시 안씨가 성장한 모습이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김씨는 "아이를 업고 다니는 사람만 보면 우리 아이 같아서 뛰어가서 확인했다"며 "시장에 가도 또래 아이만 보이면 자꾸 쳐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아들의 실종 사실을 알렸다. 전단을 제작하거나 방송에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단 한번도 아들을 놓지 않았다.
안씨가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은 고작 생후 8개월이었다. 그럼에도 김씨의 기억에는 몇가지 장면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어두운 방에서 불을 끄면 안씨가 오뚝이를 찾아 기어가며 놀았고, 뻥튀기를 손가락에 끼워 가지고 놀기도 했다. 어느날 안씨가 기어와 웃으며 안았던 순간도 눈에 선하다.
김씨는 "남편이 데려가기 전 어느 날 아들이 크게 한숨을 쉬더라"라며 "그때 현수가 자신의 운명을 알기라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다른 자녀들이 성장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가족이 늘어날수록 사라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커졌다. 절에 갈 때마다 안씨가 어디에 있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기를 빌고 있다. 안씨가 살아 있다면 현재 40대 후반의 나이다.
김씨가 가장 궁금한 것도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학교는 어떻게 다녔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디에서 누구와 살고 있는지 직접 듣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현수를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엄마가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그 어린 게 무슨 죄가 있겠나"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언젠가 안씨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email protected] 윤홍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