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뉴욕이 집을 만드는 법
최근 뉴욕과 뉴저지의 부동산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맨해튼 남단 배터리파크시티에서 이스트강 건너 퀸스 롱아일랜드시티, 허드슨강을 넘어 뉴저지 해컨색강 주변까지 이어졌다. 세 곳의 모습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에서 주거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도시의 쓰임새를 끊임없이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파크시티는 그 자체가 뉴욕의 도시개발 실험이다. 허드슨강을 매립해 만든 땅에 주거와 업무시설, 학교, 공원과 수변공간을 함께 넣었다. 현재 30개 주거용 건물에 1만6000명 이상이 살고 있다. 뉴욕은 지금 이 지역에 다시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폭풍에 대비해 수변을 높이고 방재시설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뉴욕시는 로어맨해튼 전체의 해안 복원력 강화에 27억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택만 빽빽하게 세운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파트 앞에는 공원이 있고 그 앞으로 산책로와 허드슨강이 이어진다. 주택 공급과 도시의 삶의 질을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은 결과다.
이스트강을 건너 롱아일랜드시티로 가면 풍경은 달라진다. 과거 공장과 창고가 많았던 퀸스의 수변지역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헌터스포인트사우스는 산업용으로 사용되던 약 12만㎡ 땅을 주거와 상업시설, 학교, 공원이 섞인 동네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3000가구 이상의 주택이 들어섰고 뉴욕시는 지난달 비어 있던 부지에 다시 약 10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3분의 2는 저소득층에서 중산층까지를 대상으로 한 가용주택이다.
이 세 곳을 돌아본 뒤 서울을 떠올렸다. 서울의 주택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다. "땅이 없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손본다. 공급이 부족하면 서울 밖에서 택지를 찾고 신도시를 만든다.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것도 반복한다.
하지만 뉴욕이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정말 땅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주택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묶여 있는 땅과 건물이 너무 많은 것인가. 뉴욕시는 2024년 새로운 법을 통과시키며 역세권과 상업지역에 주택을 더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주차장 의무 규제를 완화했다. 사무실을 아파트로 전환할 수 있는 대상도 확대했다. 코로나19 이후 비어 있는 맨해튼 사무실도 주택 공급원이 되고 있다. 사무실로서 수명이 끝났다고 건물의 수명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뉴저지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부유한 동네라고 저렴한 주택을 거부할 권리가 있는가 하는 문제다. 뉴저지의 '마운트 로럴 원칙'은 지방정부가 저소득·중산층을 위한 주택이 들어설 현실적인 기회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 2024년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이러한 원칙은 다시 강화됐다. 주택 부족을 특정 도시나 저소득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지역이 나눠야 할 책임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뉴욕과 뉴저지가 주택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뉴욕의 임대료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고, 개발을 둘러싼 주민 반발도 거세다. 오피스를 아파트로 바꾸는 것도 구조와 채광, 배관 문제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이들은 주택 공급을 단순히 아파트 몇 채를 더 짓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낡은 산업지역을 주거지역으로 바꾸고, 수변을 공원과 주거공간으로 연결하고, 빈 사무실을 아파트로 전환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도시의 사용법을 계속 바꾼다.
서울의 주택정책도 '어디에 새로운 땅을 찾을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역세권의 저밀도 지역, 오래된 상업·업무지역, 유휴부지와 노후 건물 등 이미 존재하는 도시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급되는 주택만큼 중요한 것이 공원과 학교, 교통과 수변 같은 삶의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