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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무기 57개" 꺼낸 트럼프…비핵화 대신 '핵 관리' 가나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57개'를 직접 거론하며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마주 앉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향후 북미 협상의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 동결이나 감축 등 군비통제로 이동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원칙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니어서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핵 협상의 목표를 어디에 둘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도 이례적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에 대한 공식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북한이 약 60개의 핵탄두를 조립했으며 최소 30개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57개'는 국제 연구기관의 최신 추정치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이처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협상의 출발점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19년과 달라진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더라도 협상 환경은 2018~2019년과 크게 달라졌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핵전력은 크게 강화됐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중국이라는 외교적 뒷배도 유지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노동당 총무부장도 19일 한미훈련 축소를 평가절하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미국의 추가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를 거듭 강조하며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정상외교 재개 자체에 대한 미국 내 시각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한반도 담당 고위 인사인 브루스 클링너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이 개인적 관계를 통해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 김정은에 대한 유화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북핵 위협을 당장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으로는 북한이 핵무기 전체를 폐기하는 대신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제한하거나 일부 핵무기를 감축하는 단계적 합의가 거론된다. 장기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더라도 당장의 핵위험을 줄이는 군비통제 방식의 접근이다.

비핵화에서 '핵 관리'로 가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이런 관측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무기를 가진 국가로 여러 차례 표현해왔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숫자까지 제시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마주 앉을 경우 무엇을 협상의 목표로 삼느냐다. 완전한 비핵화를 다시 요구한다면 북한과의 협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핵 동결이나 감축을 우선적인 목표로 제시한다면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멈춰선 북미 핵협상이 다시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핵 동결이나 감축을 우선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가 흔들리고 역내 핵무장론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정책을 공식적으로 수정한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 역시 북한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57개 핵무기' 발언만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군비통제로 전환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올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최대 관심사는 두 정상의 만남 자체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와 '핵 관리' 가운데 어디에 협상의 출발선을 긋느냐가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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