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청구사유 '넓게' vs '좁게'... 법학계, 헌재법 68조 3항 해석 충돌
시행 넉 달 1581건 중 전원재판부 회부 15건... "4심제 우려 불식" 진단
헌재 결정 효력 범위·남소 통제 놓고 연구자들 견해 갈려
[파이낸셜뉴스] 대법원 확정 판결 등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제를 두고 논의가 도입 찬반에서 해석론으로 옮겨갔다. 시행 넉 달간의 접수 통계를 근거로 '4심제 우려는 기우'라는 진단이 나오면서, 논의의 초점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이 정한 세 가지 청구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모였다.
한국법학교수회는 20일 오후 경기 수원 아주대에서 '사법제도개혁을 위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아주대 사회적약자 법제도연구센터와 한국형사법학회·한국법철학회·한국민사법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학술대회의 '재판제도개혁' 세션에서 재판소원제 발제를 맡은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뮌헨대))는 개정 헌법재판소법 시행 이후의 접수 현황을 공개했다. 지난 7월 21일까지 접수된 재판소원은 1581건이며, 이 가운데 15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재판소원에 대한 헌재의 종국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 "회부율 1% 미만"... 4심제 논란서 청구사유 해석으로
허 교수는 이 수치를 4심제 논란에 대한 답으로 읽었다. 그는 "1%에도 미치지 않는 낮은 전원재판부 회부율은 재판소원이 4심제의 문을 활짝 열리라는 우려를 불식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사전심사기간이 30일에 불과한 점에 비추면 99%가 넘는 사건은 30일 안에 각하돼 확정되고,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히 의심되는 극소수만 본안 판단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은 입법 형식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허 교수는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데에는 헌재법 제68조 제1항 본문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충분한데도 제68조 제3항을 굳이 신설한 것은 재판소원이 제4심이 될 것이라는 오해와 우려를 떨쳐내려는 것이었다고 봤다. 다만 그 역시 "재판소원은 절대 제4심이나 초상고심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며 "재판소원이 제4심이나 초상고심이 되지 않도록 헌법과 헌재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밝혔다.
개정 헌재법 제68조 제3항은 재판소원을 확정된 재판으로 한정하면서 청구사유를 세 가지로 정하고 있다. 법원의 재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각각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다. 발제와 토론은 이 세 청구사유의 해석에 집중됐다.
제1호를 두고는 견해가 갈렸다. 허 교수는 이 조항이 종전에 기속력에 어긋나는 재판에 대해서만 헌법소원을 허용했던 헌재 선례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의 종국결정과 헌법소원심판의 인용결정 등에 어긋난 재판도 청구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토론자로 나선 박종원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사법연수원 43기)는 "이론적으로는 탁월하지만, 재판과 헌법재판 실무를 놓고 보면 종전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재판소원보다 특별히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단견이 있다"고 밝혔다.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기본권이 심판규범에 해당하지 않고 국가기관 사이의 권한분장에 관한 헌법과 법률이 심판규범인데, 그 결정이 기본권주체가 당사자가 되는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경우를 상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연구관은 실무상 난점도 짚었다. 쟁점별 평의를 하지 않는 탓에 어느 개별 재판관의 의견이 전체 헌재 결정의 취지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지나치게 넓은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와 달리 가중다수결로만 변경할 수 있는 헌재 선례로 인하여 기본권 보장을 향한 전향적인 해석이 오히려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규정한 제2호에 대해서도 해석의 폭이 문제로 제기됐다. 허 교수는 여기서 법률을 헌법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봤으나, 박 연구관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에 비춰 형사소송에 관한 규율은 모두 헌법으로부터 명시적 위임이 이뤄졌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소송규칙이 규율하는 절차의 위반,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국제인권조약의 위반이 청구사유가 되는지도 물었다.
'명백한 경우'라는 요건이 붙은 제3호를 두고 허 교수는 헌재법 제72조 제3항 제4호의 표현에 주목하면서 제3호의 '명백한 경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헌법소원의 본질에서 충분히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소원 대상을 구체화하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연구관은 '명백'을 흔히 그에 수반하는 '중대'로 해석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에서 위헌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해석을 법원이 채택한 경우가 문제라고 봤다. 그러면서 헌재가 종전의 선례를 변경할 정도로 해당 해석이 부당한지에 따라 청구사유의 유무를 판단하자는 기준을 내놨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진곤 연세대 법전원 교수는 남소 통제 문제를 논점으로 올렸다. 김 교수는 헌법소원이 국선대리인 제도를 두고 있기는 하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제한사유로 작용하고, 청구기간 제한도 또 하나의 문턱이 되는 만큼 "일반적인 소송절차 또는 그보다 더하여 어느 정도는 남소의 가능성은 축소된다"고 봤다. 결국 관건은 제68조 제3항 각 호의 요건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 "헌재·법원 해석 권위 놓고 본격 경쟁 시작됐다"
김 교수는 재판소원 도입이 입법·행정·사법 작용에 대한 통제가 균형을 갖추도록 했지만 동시에 "헌법재판소와 법원 간의 헌법 및 법률해석의 권위의 우위에 대한 본격적인 경쟁도 함께 불러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인 간 기본권 충돌 사안에서 재판소원이 적극적으로 논의될 기회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법관은 헌법해석자로서 그 임무의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대법관과 중대범죄수사청장 등의 후보 추천권을 지닌 한국법학교수회가 '사법개혁'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었다. 재판제도개혁·법원제도개혁·법교육개혁 등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고, 약물법원제도는 법원제도개혁 세션에서 사회법원·해사법원·후견법원과 함께 다뤄졌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뮌헨대))는 "오늘 첫 세션의 주제인 재판소원제도와 법왜곡죄도 사회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호 존중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접근해 주시기 바라 마지않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