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株 담기만 하던 운용사들, 디지털자산 시장 직접 뛰어든다
관련펀드·ETF 등 상품 출시 넘어
전담 조직 만들고 전문인력 영입
플랫폼사 손잡고 토큰화 등 가속
단순 투자대상 아닌 신사업으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디지털자산 경쟁이 '2라운드'에 들어갔다.
과거 블록체인 관련주를 담은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드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손잡는 등 직접 디지털자산 생태계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최혜령 전 카카오 CFO를 영입해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총괄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자산과 토큰화,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STO) 등 신사업 확대를 겨냥한 행보다.
앞서 신한운용은 지난 6월 캔톤재단과 기관용 블록체인 '캔톤 네트워크' 거버넌스 참여를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양측은 토큰화와 디지털자산 규제 환경을 공동 연구하고 국내 금융상품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모색한다.
단순히 가상자산 관련 상품을 내놓는 것을 넘어 전문인력 확보와 블록체인 인프라 참여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이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융상품 자체를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해외법인을 적극 활용해 규제 안에서 추진 가능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먼저 '상품의 토큰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 상반기에 글로벌 RWA 플랫폼 온도파이낸스와 손잡고 Global X의 15종 ETF 상품 토큰화를 완료했고, 글로벌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사업자들과 협업해 온체인 자산운용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미래에셋이 강점을 보인 글로벌 사업 및 ETF 상품 다양성을 적극 활용해 각 나라의 규제에 맞게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자산운용도 디지털자산 전담 조직을 다시 가동했다. 디지털에셋사업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 1월 솔라나재단과 MOU를 맺고 관련 상품과 기술 연구에 나섰다. 특히 한화운용은 2020년께 일찌감치 디지털자산 전담 조직을 만들었지만 당시 규제와 시장 여건 탓에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 조직을 다시 꾸렸다는 점에서 한때 접었던 디지털자산 사업을 운용사들이 다시 꺼내 들고 있다는 시장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각각 지분투자와 상품으로 시장에 먼저 발을 들였다. 삼성운용은 2022년 미국 ETF 전문 운용사 앰플리파이 지분 20%를 인수해 블록체인 ETF 등 특화 상품 역량을 확보했다. KB운용도 일찌감치 블록체인 플랫폼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디지털자산 밸류체인 펀드'를 선보였다.
KB운용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자산과 관련한 법제화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면서 "법제화가 어느 정도 명확한 윤곽이 나온다면 관련 상품이나 상품 외 신규 비즈니스 가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운용사별 전략은 각기 다르다. 신한이 인력과 금융 블록체인 인프라, 미래에셋이 ETF 토큰화, 한화가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삼성이 지분투자, KB가 상품 선점에 각각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공통점은 디지털자산을 더 이상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베팅해 거래소·채굴·블록체인 관련주를 펀드에 담았다면 이제는 전통 금융상품을 직접 토큰화하고 RWA·STO 등 새로운 자산을 운용하기 위한 준비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가상자산 현물 ETF와 토큰증권 제도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운용사 간 경쟁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봤다. 제도가 열린 뒤 뛰어드는 것보다 전문인력과 글로벌 파트너, 운용 인프라를 미리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디지털자산 조직을 만들어도 실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아 리서치 성격이 강했다"며 "최근에는 RWA와 토큰화 등 기존 자산운용업과 연결할 수 있는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코인을 잘 고르느냐보다 전통 금융상품과 블록체인을 얼마나 빨리 연결할 지가 될 것"이라며 "제도 변화에 앞서 판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