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서울 자치구 "정비구역 권한 이양을"… 재건축·재개발 속도전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안건 제출
재건축 수요 등 병목현상 지적
소규모 구역은 자치구 권한 주장
통합 인허가 시스템 도입 추진도

류삼영 동작구청장(왼쪽 첫번째)이 지난 12일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제203차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류삼영 동작구청장(왼쪽 첫번째)이 지난 12일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제203차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서울 자치구들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첫 단계인 정비구역 지정부터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민선 9기 시작과 함께 정비사업 속도전을 예고한 만큼 소규모 단지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자치구가 개별적으로 추진해 빠르게 사업을 진행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정비사업 대부분이 첫 단계를 넘어선 데다 시 차원에서도 난개발을 우려하는 만큼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20일 서울 동작구 등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 및 변경에 대한 자치구 권한 이양' 건이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정식 안건으로 제출됐다. 자치구들은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 등을 건의할 방침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특정 구역을 대상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첫 단계다. 각 지역 현황에 대한 기초조사와 주민제안 등을 수렴해 입안하는 것은 자치구의 역할이지만 이를 최종 지정·고시하는 것은 시의 권한이다. 이후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준공의 인가 권한은 모두 자치구가 갖고 있다.

자치구들은 사업 첫 단계에서부터 최근 재건축·재개발 수요와 함께 심의 안건이 급증하며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의 일괄된 광역 기준 대신 구별 현장 특성에 맞춘 정비계획을 즉각 반영해 주민 민원과 사업 초기 갈등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은 500세대 미만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자치구로 사업구역지정 권한을 위임하고, 자치구가 자체 처리할 수 있는 경미한 변경사항의 범위를 20%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 17곳으로 늘어난 민주당 구청장 소속 자치구들도 권한 이양에 힘을 싣고 있다. 1970년대 구로공단 배후 주거지를 비롯한 재개발 지역이 산적한 구로구도 소규모 구역 지정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진행 중인 16개 정비사업 가운데 5곳이 500세대 미만 소규모 구역에 해당한다.

3선 구청장으로 돌아온 이승로 성북구청장도 권한 이양을 주장하고 있다. 24개 정비사업 가운데 소규모 단지는 5곳에 지나지 않지만 자치구의 자체 변경사항 범위 조정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구청장은 "도시정비사업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초지자체 역할이 중요하다"며 "(권한 변경 시) 정비사업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지난 선거기간 공약에서부터 권한 이양을 주장해왔다. 500세대 미만 소규모 사업지에 대해서는 구청장 권한을 적극 행사해 지정 절차를 단축하고, '통합 인허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업 단계별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는 권한 이양에 대해 소극적이다. 지난 3월 기준 서울 472개 정비사업 가운데 정비구역 지정 단계의 54개(11.44%)를 제외하면 모든 사업이 자치구 권한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자치구가 우려하는 '병목현상'은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역교통·기반시설 수반도가 낮은 사업은 영향이 국지적이므로, 현장 여건을 잘 아는 자치구 위임이 행정 효율과 사업 신속성 측면에서 타당할 수 있다"면서도 "500세대 미만이더라도 간선도로변과 역세권 등 파급력이 큰 입지까지 포함돼 광역적 난개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사업은 시가 지정권을 유지하고, 소규모 위임 시에도 기본계획 총량·용적률 체계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상위 규율은 시에 두는 '권한의 기능적 배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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