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넥스트 반도체'를 찾아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2%, 내년은 2.2%로 예상했다. 지난 5월보다 각각 0.7%p, 0.5%p 높은 수치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이보다 더 높은 3.5%, 2.7%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반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끌어올렸다.
상향 조정한 이유는 똑같다. 인공지능(AI) 붐을 탄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다. 무디스는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강한 반도체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한국의 고급 메모리 공급업체를 대체할 기업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항상 그늘이 따라다니는 법이다. 우리 경제의 반도체 '편식'이 심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 비중이 높아도 너무 높다" "반도체 다음이 잘 안 보인다" "주식시장도, 수출도 반도체를 빼면 얘기가 안 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실제로 올해 2·4분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2755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1382억달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 5대 기업 차지였다. 지난해 2·4분기 상위 100대 기업의 수출액(1161억달러)보다 200억달러 이상 많다. 전체 수출액 증가분(전년 동기 대비) 약 1004억달러 가운데 5대 기업의 몫이 84.1%(844억달러)에 달했다. 덕분에 상위 5대 기업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2·4분기 처음으로 30%를 넘었고 올해 1·4분기 40%, 2·4분기에는 50%를 각각 돌파했다. 하반기에는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쏠림'이 극심하게 나타난다.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19일 기준)을 합치면 2542조6925억원으로 전체의 47.67%나 된다. 올해 초만 해도 35% 수준이었으나 점차 비중을 키워 3월 18일 40%, 5월 27일에는 50%를 각각 넘어섰고 6월 25일에는 57.11%를 찍기도 했다. 거래대금 역시 둘을 더하면 22조9375억원으로 52.49%로 절반을 웃돈다.
수익 측면에서의 집중도는 더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46조7300억원, 98조1500억원 수준으로, 합산 영업이익이 전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의 63.1%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르는 날도, 내리는 날도 증시는 유난히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몸집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이들의 주가 등락이 시장 전체를 움직이는 힘도 세진 것이다. '삼전닉스피'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최근 NH투자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흥미를 끄는 내용이 있다. 쏠림 경제의 결말은 핀란드의 붕괴, 스위스의 정체, 대만의 가속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스마트폰 전환에 실패한 노키아의 붕괴와 함께 성장을 잃었고, 스위스는 제약산업이 성숙기를 맞으면서 성장이 정체됐다. 대만은 반도체 1극 경제 모델이지만 핀란드나 스위스와 달리 2010년대 이후 연평균 4%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스위스와 대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나마 반도체 이외에 자동차·조선·방산 등 다른 주력산업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들 나라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반도체 산업의 슈퍼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사이클이 꺾일 경우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하다. 반도체 호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반도체의 뒤를 이을 성장엔진을 찾아 한다. 그리고 반도체 호황에 따른 역대급 과실이 '넥스트 반도체'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이다.[email protected] 윤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