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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에 지친 日1020, 친구끼리 '작은 방'으로[재팬인사이드]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韓 이어 日서 셋로그 열풍
18~19세 여성 이용률 41.9%
방송사·동물원·제조업체도 활용

지난 22일 기준 일본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1위에 오른 동영상 공유 앱 '셋로그'의 소개 화면. 친구들과 촬영한 짧은 영상을 모아 하루치 브이로그로 만들 수 있다. 일본 애플 앱스토어 캡처
지난 22일 기준 일본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1위에 오른 동영상 공유 앱 '셋로그'의 소개 화면. 친구들과 촬영한 짧은 영상을 모아 하루치 브이로그로 만들 수 있다. 일본 애플 앱스토어 캡처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지난 22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의 한 카페. 대학생 미나미씨(21)가 아이스 라떼와 복숭아 타르트를 앞에 두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촬영은 몇 초 만에 끝났다. 필터도 자막도 없었다. 영상은 곧바로 가까운 친구들과 만든 비공개 공유방에 올라갔다.

"인스타그램이라면 구도부터 신경 썼을 거예요. 이건 친구들만 보니까 괜찮아요."
미나미씨가 사용한 앱은 '셋로그(Setlog)'다. 초대받은 사람끼리 짧은 영상을 올리면 앱이 하루치 브이로그로 묶어준다. 등굣길과 점심 메뉴, 카페에서 보낸 몇 분처럼 굳이 메시지로 전하지 않던 순간들이 한 화면에 시간 순서대로 쌓인다.

미국 스타트업 뉴챗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셋로그는 올해 4월 말 일본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약 한 달간 일본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올해 1~5월 전체 다운로드에서 일본 비중은 23%로 한국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의 셋로그 열풍은 앱 안에 머물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사용하던 화면 구성과 편집 방식을 방송사와 기업이 드라마 홍보와 동물원 콘텐츠, 채용 광고에 가져왔다. 글로벌 Z세대의 사적인 영상 형식이 일본에서 기업 마케팅으로 번지고 있다.

■SNS는 그대로, 보여줄 사람만 줄였다

셋로그는 특히 10대 후반 여성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이 최근 18~29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이용률은 10.1%였지만 18~19세 여성은 41.9%에 달했다.

이런 흐름에는 기존 SNS에 대한 피로가 깔려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크로스마케팅이 지난 6월 전국 20~69세 남녀 3000명을 조사한 결과 SNS를 이용하다 '거리를 두거나 쉬고 싶다'고 느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4.6%였다. 20대는 47.9%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관계 자체를 끊으려는 것은 아니다. 마크로밀 조사에서 '사생활과 속마음은 가까운 사람만 알아주면 된다'는 응답은 50.1%였다. '넓은 인간관계보다 친한 몇 명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응답도 44.4%에 달했다.

이런 변화는 SNS를 사용하는 방식에도 나타났다. 이들은 약속 시간과 장소는 라인(LINE)으로 정하고 여행이나 기념일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점심 메뉴나 수업이 끝난 뒤의 모습처럼 평범한 하루는 셋로그에서 나눈다.

셋로그는 친구 관계를 따라 퍼지고 있다. 일본 학생 할인 앱 이용자 479명 가운데 70.9%가 앱을 시작한 계기로 '친구의 권유'를 꼽았다. 한 일본인 이용자는 "정말 친한 친구 3명과만 연결돼 있다"며 "사생활이나 내가 예쁘게 나왔는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5일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한 일본 8인조 아이돌 그룹 큐티 스트리트가 셋로그로 제작해 공식 X에 공개한 멤버들의 하루.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멤버별 짧은 영상이 한 화면에 시간대별로 이어진다. 큐티 스트리트 공식 X 캡처
지난 6월 5일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한 일본 8인조 아이돌 그룹 큐티 스트리트가 셋로그로 제작해 공식 X에 공개한 멤버들의 하루.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멤버별 짧은 영상이 한 화면에 시간대별로 이어진다. 큐티 스트리트 공식 X 캡처

■K팝 스타 가세…日기업도 홍보 활용

K팝 스타들도 셋로그 유행에 가세했다. 여성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는 지난 5월 컴백 기간의 일상을 셋로그로 공개했다. 남성 아이돌 그룹 세븐틴도 데뷔 11주년 활동과 멤버들의 식사 모습을 담아 공식 계정에 올렸다.

일본 아이돌도 뒤따랐다. 지난 6월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한 8인조 그룹 큐티 스트리트는 멤버들의 하루를 셋로그로 만들어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멤버별 영상이 한 화면에 시간대별로 이어졌다.

일본 방송사와 기업은 이 형식을 자사 홍보물에 가져왔다.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TBS 드라마 '너의 좋아함은 무적'은 주연 배우 마쓰모토 와카나와 사노 하야토가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돌며 보낸 하루를 짧은 영상으로 엮었다.

셋로그풍 콘텐츠는 동물원과 제조업체에도 등장했다. 와카야마현 동물원·테마파크 '어드벤처월드'는 원내 개 4마리의 산책과 식사, 건강검진 모습을 시간대별로 보여줬다. 일본 도료업체 다이니혼도료는 영업직원과 홍보 디자이너의 하루를 담았다.

이들 기업 영상은 셋로그 앱에 올라온 콘텐츠가 아니다. 촬영 시각을 표시한 짧은 장면들을 이어 붙여 셋로그 화면을 재현한 자체 홍보물이다. 제품과 회사의 장점을 앞세우는 대신 배우와 동물, 직장인의 평범한 하루를 보여준다. 광고의 색채를 낮추면서 친근한 인상을 주려는 시도다.

다만 셋로그의 인기가 오래갈지는 불확실하다. 최근 일본 학생 대상 조사에서 이용자의 51.0%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공개 공유방도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참여자가 영상을 외부로 옮기면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일본 와카야마현의 동물원·테마파크 어드벤처월드가 원내 개 4마리의 산책과 식사, 건강검진 등 하루 일과를 셋로그 형식으로 편집해 공식 X에 공개했다. 어드벤처월드 공식 X 캡처
일본 와카야마현의 동물원·테마파크 어드벤처월드가 원내 개 4마리의 산책과 식사, 건강검진 등 하루 일과를 셋로그 형식으로 편집해 공식 X에 공개했다. 어드벤처월드 공식 X 캡처
일본 도료업체 다이니혼도료가 지난 6월 17일 셋로그 형식으로 회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홍보 디자이너의 하루. 사내 업무부터 퇴근 후 일상까지 시간대별 짧은 영상으로 구성했다. 다이니혼도료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 도료업체 다이니혼도료가 지난 6월 17일 셋로그 형식으로 회사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홍보 디자이너의 하루. 사내 업무부터 퇴근 후 일상까지 시간대별 짧은 영상으로 구성했다. 다이니혼도료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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