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형광현미경으로 숨은 백혈병 암세포 가려냈다 [언박싱 연구실]
<59>한양대 최성용 교수팀
단백질·유전자 17종 동시 측정
진단 정확도 99.7% 달성
백혈병 정밀 진단 새 길
[파이낸셜뉴스] 한양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최성용 교수팀이 세포를 얇게 눌러 펴는 방법으로 일반 형광현미경에서도 백혈병 세포의 단백질과 유전자 신호 17종을 한 번에 정밀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값비싼 특수 장비 없이도 단 하나의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암 신호들을 선명하게 찾아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번 성과는 기존 검사법을 피해 숨는 변종 암세포를 조기에 잡아내는 데 쓰일 수 있다. 백혈병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이 사라지면 기존 항체 검사로는 암세포를 놓치기 쉽다. 이번 기술은 세포 겉표면의 단백질뿐 아니라 세포 안쪽의 유전자 정보까지 동시에 확인하기 때문에 표면 단백질을 잃어버린 암세포까지 정확하게 가려낸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백혈병에만 머물지 않고 혈액 속을 떠도는 순환종양세포처럼 세포마다 성질이 다른 여러 암을 정밀 진단하고 재발 여부를 추적하는 데도 폭넓게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초고가 특수 현미경 대신 일반 병원에 보급된 기본 형광현미경을 그대로 쓸 수 있어 검사 비용과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연구팀은 현미경을 복잡하게 개조하는 대신 관찰 대상인 세포의 모양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일반 형광현미경은 가로세로 평면은 잘 구분하지만, 세포의 위아래 높이 방향으로는 신호가 겹치면 하나의 큰 점처럼 뭉개져 보이는 한계가 있었다. 세포 전체를 보려고 현미경 초점을 위아래로 바꿔가며 여러 번 촬영하면 빛에 약한 형광물질이 타버리듯 신호가 사라지는 광표백 현상도 문제였다.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만든 간단한 장치로 세포를 호떡처럼 부드럽게 눌러 얇게 폈다. 그러자 세포 높이는 낮아지고 옆으로 넓게 퍼지면서 위아래로 겹쳐 있던 형광 신호들이 평면상에 넓게 펼쳐져 한눈에 구분됐다.
여기에 단백질과 유전자 정보에 각각 고유한 형광 바코드를 붙이고, 형광물질마다 빛을 쬘 때 어두워지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특성까지 분석 지표로 결합했다. 색이 비슷한 형광물질이라도 밝기가 줄어드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 명확히 구별해낸 것이다.
연구 결과 세포를 압축하기 전에는 25장이나 찍어야 했던 현미경 촬영 횟수가 5장으로 줄었다. 빛 노출이 줄어들면서 형광 신호의 선명도는 3.6배 이상 향상됐고, 신호를 올바르게 읽어내는 정확도 역시 기존 58.8%에서 99.7%로 크게 상승했다.
연구팀은 9가지 형광물질을 조합해 총 40개의 독립적인 형광 바코드를 완벽하게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사전 세포 검증에서도 신호가 없는데 있다고 잘못 판정하는 비율은 1.3%, 실제 신호를 놓치는 비율은 2.8%에 그쳤다.
이어 연구팀은 실제 백혈병 환자 13명과 건강한 사람 3명의 혈액세포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12종의 세포 표면 단백질과 유전자가 활동하며 남긴 흔적인 RNA 전사체 5종 등 총 17개 표적을 단 하나의 세포에서 동시에 측정했다.
암세포 종류를 구분한 결과는 기존 병원 표준 진단법인 유세포분석 결과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일치했다. 다만 RNA 검출량은 분자유전 정밀검사인 RT-qPCR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어서, 검출 민감도를 더 끌어올리는 연구가 후속 과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센서 분야 국제학술지인 'ACS 센서(ACS Sensor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아울러 미국화학회(ACS)가 우수 연구를 선정해 공개하는 '에디터스 초이스(ACS Editors' Choice)' 및 표지 논문으로도 꼽히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