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채권인데 금리는 정크본드…AI '빚투'에 이상신호
QTS·블랙록 투자적격 채권 금리 7%대
중간등급 정크본드보다 높은 수익률
올해 AI 관련 차입 벌써 4100억달러
2027년부터 연간 투자 1조달러 돌파 전망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미국 기업들이 투자적격 등급 채권을 발행하면서도 정크본드(투기등급) 투자자들에게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 우량등급을 받고도 정크본드 수준의 금리를 지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AI 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차입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QTS 리얼티트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계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주 39억달러(약 5조4000억원)의 투자적격 등급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수익률은 7.2%로 중간 등급 정크본드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달 블랙록이 텍사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투자적격 채권의 수익률도 7.5%에 달했다. 두 채권 모두 인수단이 전통적인 투자적격 등급 투자자뿐 아니라 고수익을 추구하는 하이일드 투자자에게까지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등급은 우량하지만 시장에서는 정크본드에 가까운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초기 자금을 필요로 하는 데다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AI 투자에 필요한 차입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올해 들어 데이터센터 등 AI 투자를 위해 이미 4100억달러 이상을 빌렸다.
스티븐 슈바이처 애드번트 캐피털 매니지먼트 매니저는 "하이일드 투자자들이 우량 기술기업 채권시장의 '관광객'이 되고 있다"며 "탄탄한 대차대조표를 가진 기업들이 BB등급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한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자금 조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는 기술기업들은 그동안 자체 현금흐름과 자기자본을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AI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급증하면서 채권 발행 등 부채 조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유통시장에서도 오라클과 스페이스X의 투자적격 채권이 정크본드 수준의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다. 이들이 다시 채권시장에 나설 경우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 필요한 돈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뱅가드그룹은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자본지출을 8000억달러로 추산했다. 2027~2030년에는 매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으며 상당 부분을 부채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차입 비용 상승은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부터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는 "빅테크는 수익 창출까지 수년이 걸리는 AI 투자도 감당할 수 있지만 재무 여력이 작은 기업들은 높은 금리를 견디기 어려워 채권 발행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