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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하지원 영화 '비광' 제목에 담긴 뜻...직접 보니[이 영화]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류승룡·하지원 '비광', 깍두기 국물 덮고 욕 배우며 만든 가족 누아르. 뉴스1
류승룡·하지원 '비광', 깍두기 국물 덮고 욕 배우며 만든 가족 누아르. 뉴스1
류승룡·하지원 '비광', 깍두기 국물 덮고 욕 배우며 만든 가족 누아르. 뉴스1
류승룡·하지원 '비광', 깍두기 국물 덮고 욕 배우며 만든 가족 누아르. 뉴스1
류승룡·하지원 '비광', 깍두기 국물 덮고 욕 배우며 만든 가족 누아르. 뉴스1
류승룡·하지원 '비광', 깍두기 국물 덮고 욕 배우며 만든 가족 누아르. 뉴스1
류승룡·하지원 '비광', 깍두기 국물 덮고 욕 배우며 만든 가족 누아르. 뉴스1
류승룡·하지원 '비광', 깍두기 국물 덮고 욕 배우며 만든 가족 누아르. 뉴스1

[파이낸셜뉴스] 류승룡·하지원·김시아 주연의 영화 '비광'은 지긋지긋한 불행으로 시작해 뭉근한 온기로 마무리되는 누아르적 가족극이다.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밑바닥으로 내몰린 가족들이 결국엔 서로의 편이 되는 의리의 드라마이자, 곤경에 처한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른들이 힘을 합치는 연대의 이야기다.

불완전한 이들이 모여 완성한 가족의 연대

아동학대를 소재로 두 여성의 연대와 구원을 그린 '미쓰백'(2018)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지원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비광' 역시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와 그 아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전작의 문제의식을 잇는다. 다만 '미쓰백'이 두 여성의 연대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시선을 넓혔다.

한때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였던 중구(류승룡)와 톱스타 남미(하지원)는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던 부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가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파경을 맞은 지 8년 뒤, 동주가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충격적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자 중구와 남미 그리고 중구의 가족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제목 '비광'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감독은 가족들이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는 모습에서 제목을 착안했다고 한다.

한국 화투에서 '비광'(雨光)은 12월을 상징하는 비 패의 광으로, 우산을 쓴 인물과 개구리, 버드나무가 그려져 있다. 그림은 일본 헤이안시대 한 서예가가 버드나무 가지를 향해 거듭 뛰어오르는 개구리를 보고 끈기와 노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스톱을 칠 때 비광은 일반 패도 아니고 온전한 광도 아니다. 비광을 제외한 광 세 장은 3점이지만 비광이 끼면 2점에 그친다. 그러나 5광을 완성하려면 반드시 비광이 필요하다. 동주를 위해 다섯 어른이 뭉쳤듯.

감독은 영화의 도입부에 남미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비광의 의미도 전한다. 포기하지 않은 개구리가 끝내 버드나무를 붙잡고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영화 속 인물들이 역경 속에서도 끝내 다시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추락한 스타 부부부터 동주를 품은 '비광'의 가족까지

영화 속 인물들도 굳이 따지면 스스로 빛나는 '광'이라기보다 어딘가 상처와 결핍을 지닌 '비광'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를 붙잡는 순간, 불완전한 사람들은 비로소 하나의 가족이 된다. 그 중심에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된 중구가 있다.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과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서 보여준 다정한 '딸바보' 아빠와는 다른 얼굴을 꺼낸다. 삶의 정점에서 바닥까지 추락한 남자가 딸을 위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우직하면서도 세밀하게 그려낸다.

하지원이 연기한 남미는 영화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물이다. 추락한 뒤 악착같이 버티는 생계형 연예인.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주를 외면하고 싶어 하면서도 끝내 지나치지 못한다. 남미는 '미쓰백'에서 한지민이 연기한 백상아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주지훈, 하지원 주연 드라마 '클라이맥스'의 추상아에게도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김시아가 '미쓰백'에 이어 다시 이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전작에서 학대받던 어린아이를 연기했던 그는 어느덧 깊은 상처와 죄책감을 홀로 감당하는 10대 소녀가 됐다. "이미 세상을 다 알고, 여러 번 살아본 듯한 눈빛을 표현하려 했다"는 그의 말처럼 동주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김해숙·김선영·김영민이 연기하는 중구의 어머니와 누나, 매형은 이 영화의 매력점이자 이상향이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손녀이자 조카가 된 동주를 아무런 조건 없이 품는다. 어떻게 보면 자기 아들, 동생의 삶을 구렁텅이로 내몬 골치덩이인데도 말이다. 이들은 한때 며느리였던 남미 역시 살갑게 보듬는다.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가족이 있다면 세상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감독의 바람이 엿보인다. 이들을 통해 가족이란 혈연으로 완성되는 관계가 아니라, 위기의 순간 기꺼이 서로의 편이 돼주는 관계라고 말한다.

연대와 구원, 권력과 욕망 사이에서

영화의 단점은 다소 산만하다는 데 있다. 중구의 젊은 시절 다큐멘터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중구와 남미의 러브스토리나 재기나 복수의 드라마인가 싶다가 이들의 삶이 추락한 배경에 정치 권력이 얽혀 있고, 그 결과물인 중구의 딸이 학교폭력에 휘말리고 실제로 큰 곤경에 처하면서, 딸을 구하는 이야기로 모든 게 수렴된다.

거기로 가기까지 연이어 닥치는 불행과 폭력적인 상황이 피로함을 자아내고, 사건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설정이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또 정치권력과 연예계, 학교˙가정폭력까지 여러 문제를 다 끌어안다 보니, 서사가 산만해진다. 다행히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진심은 명확해진다.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남자의 용기, 그 남자의 진심에 힘을 더하는 여자의 결단, 그리고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슬그머니 도와주는 가족들. 온갖 풍파를 겪은 비범한 가족이 혈연을 넘어 인연이 닿은 이들까지 다 품는 모습으로 온기를 전한다.

제작 순서로 보면 '비광'은 '미쓰백'과 드라마 '클라이맥스' 사이에 놓인 작품이다. 실제 공개는 '클라이맥스'가 앞섰지만, 이 감독은 '비광' 속 남미의 이야기에서 착안해 '클라이맥스'를 구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클라이맥스'는 흙수저 출신 검사와 불우한 가정사의 톱스타가 정치·재계·연예계가 얽힌 권력 카르텔에 뛰어들어 정상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욕망과 추락 그리고 생존을 건 반격의 드라마다.

'비광'은 한 아이를 둘러싼 폭력과 권력의 민낯을 파헤치면서 끝내 가족의 연대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미쓰백'과 '클라이맥스'를 잇는 징검다리 같은 작품이다. 9월 2일 개봉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하지원 #류승룡 #누아르적 가족극 #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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