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거부할 수 있다" 안 알린 음주단속… 대법 "유죄 증거 못 쓴다"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음주 단속 과정에서 운전자에게 혈액 채취에 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이를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보고 운전자에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최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2월 23일 밤 대전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9% 상태로 승용차를 약 250m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면허취소 기준(0.08%)을 크게 넘는 수치다.
쟁점은 이 수치가 확보된 경위였다. 당시 A씨는 추운 날씨 속에서 30~40여분에 걸쳐 10여차례 호흡측정에 응했지만 측정값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호흡측정 또는 혈액채취 중 한 가지는 무조건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채혈을 요구했고, A씨는 동의서를 작성한 뒤 혈액을 제출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2항은 운전자에게 호흡조사 방식의 음주측정에 응할 의무를 지운다. 반면 같은 조 3항은 혈액채취 등을 통한 재측정은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 측은 경찰이 채혈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은 채 의무인 것처럼 설명했으므로, 혈액 감정 결과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1심은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시간 반복된 호흡측정 상황을 지적하며 A씨의 자발적 동의에 따라 채혈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동의서를 작성하고 경찰에게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근거로 유죄로 뒤집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24년 2월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A씨는 2022년 6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는데,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1항은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한 2심이 형종 상향 금지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은 혈액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고, 이를 기초로 작성된 감정서 역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사가 재차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