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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합병 기업, 코스닥 안착 어렵네… 3곳중 1곳 상폐 위기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3년부터 입성한 55곳중 18곳
상장유지 시총기준 300억 밑돌아
기관수요 적어 몸집키우기 역부족
거래소는 심사 눈높이 상향 입장
규모 작은 기업들 '우회통로' 위축

스팩합병 기업, 코스닥 안착 어렵네… 3곳중 1곳 상폐 위기

스팩(SPAC)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지 불과 수년 만에 기업 3곳 중 1곳이 시가총액 상장폐지 사정권에 들어왔다.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 강화 이후 신규 스팩합병은 줄고 청산되는 스팩은 늘면서 스팩 시장 전반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스팩상장 18개 종목 시총 300억 미만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스팩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55곳 가운데 18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300억원을 밑돌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상장 유지를 위한 코스닥 기업의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으로 높아지는데, 스팩합병 새내기 기업 3곳 중 1곳은 벌써 잠재적인 상폐 사정권에 들어온 셈이다.

2024년 상장한 유디엠텍은 이미 시총이 80억원대로 내려앉아 이달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를 포함해 지난 24일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인 스팩합병 새내기 기업은 4곳, 200억~300억원 사이인 기업은 14곳에 이른다. 당장 올해 스팩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보원케미칼도 시가총액 250억원대에 불과해 상장 유지 기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스팩은 일반 기업공개(IPO)가 쉽지 않은 중소형 기업들이 활용해온 대표적인 대체 상장 통로다. 기업 규모가 크거나 실적이 좋은 곳은 일반 IPO를 택하는 반면, 공모 흥행이 불확실한 기업들은 이미 상장된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팩합병을 택한 기업 상당수가 규모나 실적이 크지 않았던 데다, 상장 후에도 기관 수요나 시장 관심이 충분히 붙지 않으면서 시가총액이 빠르게 쪼그라들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합병 기업은 상장 뒤에도 기업 규모가 작다 보니 증권사 리서치 커버리지를 받기 어렵고, 기관 역시 일정 규모 이하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래소 방침은 "합병후 시총 1천억"

이러한 기업들의 부진은 신규 스팩합병 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합병을 최종 완료한 기업은 5곳에 불과하다. 2023년 18곳, 2024년 17곳, 지난해 15곳에서 올 들어 급감했다.

상장폐지 규정 강화 이후 합병 심사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심사를 주관하는 거래소는 올 초 스팩합병 기업의 합병 후 시가총액이 1000억원 안팎은 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각 주관사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후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급감해 상폐 사정권에 들어가는 사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 경우 스팩이 겨냥할 수 있는 기업군 자체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통상 스팩합병은 예상 시총 500~700억원대 기업이 활용하는 증시 입성 통로인데, 합병 이후 시총 1000억원을 맞추려면 기업은 실적을 더 쌓아 몸값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그 수준까지 커지면 일반 IPO를 통한 상장 가능성도 높아져 오히려 스팩을 선택할 유인은 떨어진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합병 후 시총 1000억원 안팎을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스팩합병이 가능한 후보군이 급격히 줄었다"며 "시가총액 상장유지 기준 강화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시장이 스팩"이라고 말했다.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청산되는 스팩도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상장폐지됐거나 관련 청산 절차를 밟는 스팩은 총 22개로, 2024년 8개에서 지난해 24개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팩 시장을 살리려면 일반 IPO와는 다른 스팩 트랙 특성을 감안해 심사 기준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기조가 이어지면 시장 활성화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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