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경쟁 급급한 WM 사업모델, 불완전판매 위험 키워 [금융권 비이자이익 생존경쟁 (중)]
방카슈랑스·ETF로 수익 다변화
은행 영업점 주요 실적 지표 부상
개인 할당량 없지만 KPI 반영
영업 압박에 판매 절차 우회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 배제 못해
각종 대출규제 등으로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나서면서 수수료 경쟁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일선 영업점의 판매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상장지수펀드(ETF), 방카슈랑스 등 상품 판매가 은행 영업점의 주요 실적 지표로 부상하면서 과도한 판매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조건 팔아야 한다" 영업 압박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ETF 등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춰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수익 다변화 전략은 영업점의 상품 판매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이 수수료 수익을 늘리려면 금융상품 판매를 확대해야 하는 데다 관련 실적이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되는 만큼, 현장에서는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식적으로 개인별 판매 할당이 없더라도 영업점 단위 목표와 지점별 실적 비교 등이 직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은행마다 주력하는 상품이 다른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개인형퇴직연금(IRP) 판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매 실적이 우수한 직원에게 포상하는 제도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판매가 부진한 직원들의 압박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점에서 일정 기간 최소 한 건 이상은 판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직원 입장에서는 매일 영업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3월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도 내부 성명서를 통해 ETF 판매를 둘러싼 전사적인 영업 압박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판매 경쟁, 불완전판매 불씨로
은행 직원들에게 비이자이익 상품 실적 부담이 가해질수록 '불완전판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직원들이 판매 실적을 채우는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과 신탁수수료 부과 방식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고객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KB국민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의 ETF 신탁 판매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검사의 핵심은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팔았느냐'다. ETF 신탁은 은행이 고객을 대신해 ETF를 사고파는 상품이다보니 증권사를 통한 직접 투자와 달리 신탁수수료가 붙는다. 최근 증시 강세로 목표수익률을 조기에 달성한 ETF 신탁의 환매·재가입이 반복되면서 선취수수료가 거듭 부과된 만큼 투자자에게 수수료 구조와 반복 운용 방식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 등 주요 6개 은행이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판매한 ETF 판매액은 64조원, 거래 건수는 103만건에 달한다. 5월 한달 판매액은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1조2000억원) 대비 8.8배 증가한 규모다. 지난 5월 기준 은행의 ETF 신탁수수료 수익은 1036억원으로 지난해 12월(102억원) 대비 10.2배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이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취급한 ETF 판매액은 65조9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22조797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녹취 등 소비자보호 절차를 운영하고 있는 데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관련 내부통제도 강화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상품별 판매 조건과 절차가 정해져 있고, 직원이 고객에게 상품 구조와 위험을 설명한 뒤 녹취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상품 판매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실적 부담으로 일부 직원이 절차를 우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은행 차원에서는 관련 절차를 준수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위험을 낮추려면 단기적인 판매수수료 확대보다 고객 자산을 장기적으로 관리해 지속 가능한 비이자이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존의 자산관리서비스는 판매수수료 위주의 사업모델로 단기적인 판매 경쟁과 마케팅 위주의 영업 관행을 확산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인 상품 판매수수료 확대보다 고객의 운용자산을 장기간 관리하며 보수를 받는 방식으로 자산관리(WM) 사업모델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