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뱉지 마세요"… 가래, 안전하게 배출하는 법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목을 답답하게 만드는 끈적한 가래와 콧물,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이며 우리 몸은 이를 통해 어떤 건강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까. 많은 사람이 이를 빨리 배출하기 위해 무리하게 '캑캑' 소리를 내며 기침을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인후 점막을 자극해 통증과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콧물과 가래는 노폐물이 아니라 호흡기 점막이 바이러스나 세균, 미세먼지 등 외부 유해 물질에 맞서 싸우는 생체 방어 과정의 결과물이다. 감기나 비염, 기관지염이 발생하면 병원균을 사멸시키기 위해 백혈구가 모여들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사멸한 백혈구와 세균의 사체, 파괴된 세포 잔해가 점막 분비물과 뭉치면서 분비물이 노랗고 진득하게 변한다. 여기에 실내 공기가 건조하거나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점액 속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농도가 더욱 진해지고 끈적임이 심해진다.
부산 온병원 한방센터 최철호 부원장(한의사)은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풍열(風熱)' 또는 '담음(痰飮)'의 영향으로 본다"며 "호흡기 점막에 염증 열이 쌓이면 점액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뮤신의 분비가 급증하고 체액이 바짝 말라 가래가 점차 걸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콧물과 가래의 색상은 호흡기 염증의 진행 상태와 세균 감염 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자가 진단 지표가 된다. 투명한 분비물은 호흡기 점막의 정상적인 상태이거나 바이러스 침입에 맞선 초기 방어 반응으로, 주로 바이러스성 감기 초기나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게서 관찰된다. 불투명한 하얀색을 띠면 점막 부종과 수분 부족으로 점액이 기도 내에 오래 축적된 결과로, 감기가 진행 단계에 접어들었거나 만성 비염·천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노란색 가래는 백혈구가 세균과 싸우며 대량의 사체와 세포 잔해를 형성했음을 뜻하며, 세균성 감기나 부비동염(축농증), 기관지염으로 염증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주로 나타난다. 초록색으로 변했다면 백혈구 사체와 염증 부산물이 고농도로 축적돼 세균 감염이 심각해진 상태로, 만성 부비동염이나 폐렴, 기관지확장증 등 중증 호흡기 질환의 대표적 신호다.
붉은색이나 분홍색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은 강한 기침이나 극심한 건조함으로 점막의 미세혈관이 파열됐기 때문이며, 드물게 종양에 의한 출혈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갈색이나 검은색 분비물은 오래된 출혈 흔적이 남아 있거나 미세먼지·담배 연기 등 오염 물질이 결합해 배출되는 현상으로, 장기간의 흡연이나 대기오염 물질 흡입, 곰팡이 감염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최 부원장은 "특히 초록색 가래나 콧물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붉은 피가 섞여 나오는 가래가 반복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닌 만성 부비동염, 폐렴, 결핵 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호흡기내과나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래가 목에 걸렸을 때 억지로 강하게 기침을 하면 목 점막이 상해 염증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묽게 만들어 배출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다. 체내 수분이 원활히 공급되면 가래 농도가 낮아져 쉽게 흘러내리며, 카페인 음료는 탈수를 유발할 수 있어 순수한 물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고 따뜻한 수증기를 흡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습기를 활용하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하며 수증기를 깊게 마시면 기관지 섬모 운동이 촉진돼 가래가 위로 잘 올라온다. 미지근한 생리식염수로 목 가글이나 비강 세척을 하면 목뒤에 달라붙은 점액을 씻어내고 점막 부종을 완화할 수 있다.
기침을 할 때는 목에 자극을 주지 않는 '허프 기침법(Huff Coughing)'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입을 살짝 벌린 채 배에 힘을 주고 "하, 하" 소리를 내며 숨을 거칠게 뱉어내면 기도 깊은 곳의 가래를 인후부로 안전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중력을 활용해 가래 배출을 돕는 '체위 배액법'과 경혈 지압법을 함께 권장한다. 체위 배액법은 배 밑에 높은 쿠션을 받치고 엎드려 엉덩이와 상체가 머리보다 높아지도록 한 뒤 5∼10분간 복식 호흡을 하는 방법이다. 이 자세를 취하면 폐 하부에 고여 있던 가래가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목 쪽으로 이동한다.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보호자가 손을 컵 모양으로 오목하게 만들어 등을 아래에서 위로 톡톡 두드려 주는 것도 진동을 통해 분비물 배출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호흡기 순환을 돕는 대표적인 경혈점으로는 천돌혈, 합곡혈, 폐수혈이 있다. 양쪽 쇄골 사이 오목한 지점인 천돌혈(天突穴)을 지그시 눌러주면 목의 이물감 완화와 가래 배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엄지와 검지 사이 오목한 곳에 위치한 합곡혈(合谷穴)은 상체의 열을 내리고 호흡기 면역력을 조절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등 뒤 3번째 척추 마디 양옆에 위치한 폐수혈(肺兪穴)을 지압하면 폐 기운을 북돋우고 기관지의 섬모 운동을 촉진한다.
최 부원장은 "가래 배출을 막는 진해제(기침 억제제)를 임의로 복용하면 가래가 폐에 고여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수분 섭취와 지압법 등 자연스러운 배출을 유도하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 한·양방 전문의와 상담해 거담제나 맞춤 한약을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